LG 임정우(왼쪽)와 김지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내내 견고함을 자랑했던 임정우와 김지용이 가장 결정적인 상황에서 무너졌다. LG의 뒷문에 비상이 걸렸다.

LG는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 LG의 결정적인 패인은 ‘필승 마무리’ 임정우의 난조였다. 사실 9회초까지만 하더라도 LG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2-0으로 앞서고 있던 것은 물론 9회말 시작과 동시에 LG의 불펜의 ‘믿을맨’ 임정우가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

정규시즌 67경기에 나서 3승8패, 28세이브를 기록한 임정우는 올시즌 LG의 가장 확실한 필승 카드로 통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200% 발휘했다. 비록 5차례의 블론세이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임정우를 향한 LG의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는 자신의 정규시즌 호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지난 준플레이오프까지 임정우는 총 3차례 등판해, 2세이브를 올렸다. 총 2.2이닝을 책임졌는데, 이 때 그가 기록한 실점은 단 한 점도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당연히 0이었다.

준플레이오프까지 ‘미스터 제로’로 통했던 임정우는 플레이오프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21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3실점으로 블론 세이브를 넘어 패전투수로 전락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안정적인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LG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침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비록 1차전에서 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LG가 여기서 시리즈를 포기할 수는 없다. 5전 3선승제이기에, 여전히 LG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다만 문제는 충격에 빠진 임정우를 대신할 자원으로 평가받는 김지용마저 같은 경기에서 동시에 난조를 보였다는 점이다.

1차전에서 임정우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그는 0.1이닝 2피안타 1볼넷(고의사구), 무실점을 기록한 채 경기를 마쳤다. 용덕한에게 끝내기 적시타를 맞았음에도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은 임정우가 남겨둔 선행주자가 득점에 성공했기 때문. 그럼에도 임정우와 함께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김지용 역시 임정우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미스터 제로’로 통했던 선수다. 준플레이오프까지 3경기에 나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피안타와 볼넷이 단 한 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그의 상승세는 굉장했다. 단연 ‘필승조’의 한 축이었다.

그러나 임정우가 만들어 놓은 한 점차 리드의 무사 1,2루라는 위기 상황이 그의 어깨를 크게 짓눌렀던 것일까. LG가 바랐던 뒷수습은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김성욱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결국 ‘베테랑’ 이호준에 무너졌다.

올시즌 김지용은 주자가 없는 상황보다, 주자가 누상에 있는 상황에서 강했다. 정규리그에서 득점권 피안타율이 8푼6리에 불과했던 것. 게다가 앞서 언급됐던 1,2루 상황에서는 피안타율이 6푼9리로 더욱 낮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던 상황이었지만, 플레이오프 출전 경험이 일천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플레이오프가 주는 중압감은 상상이상이었다.

견고한 댐도 작은 균열을 통해 순식간에 무너지듯, ‘미스터 제로 듀오’ 임정우와 김지용 역시 한 순간에 무너지긴 마찬가지였다. 믿었던 필승조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LG.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17.9%. LG는 충격적 끝내기 패배로 자신감을 잃은 ‘필승조’를 추스르고 험난한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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