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고메즈와 라라가 사실상 SK와 결별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김용희 전임 감독과 이별을 결정한 SK는 또 하나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자는 바로 외국인 선수 고메즈와 라라다.

SK의 좌완 투수 라라(왼쪽)와 내야수 고메즈. 스포츠코리아 제공
SK 관계자는 18일 “민경삼 단장이 외국인 감독 후보군들과의 접촉은 물론,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을 살펴보고자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한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기존의 외국인 선수 구성에 변화가 발생할 것임을 암시한 셈이다.

이때 SK는 3명의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어떤 선수가 교체 대상자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추는 가능했다. 바로 유격수 고메즈와 좌완 투수 라라다. SK 관계자는 시즌 종료 직후, 이미 고메즈와 라라의 재계약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먼저 고메즈는 잔류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든 인물이다. 올시즌 타율 2할8푼3리,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준수한 타격 성적이다. 올시즌 리그 10개 구단을 통틀어 그 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한 유격수는 전무하다.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하성(넥센)과 오지환(LG)도 그의 홈런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고메즈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낮은 출루율과, 기대 보다는 허술한 수비력이 바로 그 것.

올시즌 고메즈는 3할2푼4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현저하게 낮은 출루율은 아니지만 올시즌 주로 1번 타순에 배치된 것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메즈는 올시즌 총 69경기를 1번 타자로 뛰었다. 올시즌 SK 선수단 가운데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섰던 선수가 바로 그였다.

1번 타자의 최우선 목표는 단연 출루다. 하지만 고메즈는 1번 타자의 덕목을 완전히 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 고메즈가 1번 타자로 나섰을 때의 타율은 2할9푼8리인데, 출루율은 3할3푼4리에 불과했다. 타율과 출루율이 사실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4사구를 거의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번으로 나서 얻어낸 4사구는 총 18개(볼넷 15개)에 불과했다. 사실상 걸어서 출루한다는 것을 전혀 염두해 두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비에서도 큰 허점을 노출했다. SK는 올시즌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외야보다는 내야가 약점이라고 판단해, 야구 수비의 핵심이 되는 자리인 유격수 보강을 원했다. 그렇게 해서 영입이 된 선수가 고메즈였다. 스프링캠프 당시만 하더라도 SK는 그가 수비를 강화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실책이 무려 25개에 달했다. 리그에서 그 보다 많은 실책을 기록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계속해서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고메즈를 가리켜 불명예 ‘20(홈런)-20(실책) 클럽’을 달성한 선수라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결국 10월 1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SK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SK의 좌완 투수 라라. 스포츠코리아 제공

라라는 일찌감치 퇴출이 예상됐던 선수였다. 지난 6월말 세든의 대체선수로 팀에 합류했던 라라는 올시즌 2승6패, 1홀드, 6.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합류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선발진의 일원이 될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7월은 물론 8월에도 SK가 고대했던 라라의 선발승은 없었고, 부진을 거듭한 끝에 급기야 그는 불펜으로 보직이 전환됐다. 미국 무대에서도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계투로 나섰음에도 상황은 나아질 줄 몰랐다. 결국 지난달 7일 인천 KIA전을 기점으로 선발로 재차 보직을 변경했던 그는 당시 경기에서 선발 첫 승을 신고하기도 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이후 2차례의 경기에서 내리 패전의 멍에를 쓰면서, 사실상 시즌 종반에는 팀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SK는 라라를 데려올 당시 총액 23만 달러(계약금 5만, 연봉 18만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계약금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빅리그 경험이 일천한 그에게 이른바 ‘가격 대비 고성능’의 활약을 기대했던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한편 ‘비운의 투수’ 켈리의 잔류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SK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시즌 종료 직후, “켈리는 무조건 잡는다는 기본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9승(8패)로 원했던 두 자릿수 승수를 쌓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는 올시즌 20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며, 200.1이닝을 책임진 바 있다. 여전히 SK가 가장 신뢰하는 버팀목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선수 본인이 한국 잔류가 아닌 메이저리그 혹은 일본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면, 무작정 잡아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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