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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김성태 기자] 이미 염경엽 감독은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임했다. 핸드폰을 꺼내 사퇴의 변을 차분하게 읽어냈다. 잠깐 울먹거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자신의 결단을 알렸다. 그렇게 넥센을 떠났다.

염경엽 감독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패하며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7년인 내년까지였다. 하지만 이날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하며 가을야구에서 탈락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서석초등학고, 충장중학교, 광주제일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1년 태평양에 입단한 염 감독은 2000년까지 현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그렇게 통산 896경기 출전에 타율1할9푼5리 5홈런 11타점 197득점을 기록하며 선수로서는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끌었다. 현대 운영팀에서 근무를 하다가 2007년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다시금 현장에 돌아왔고 2008년부터 LG에서 운영팀장과 스카우터를 맡아서 했다. 그리고 2011년에 넥센으로 와 주루 및 작전 코치로 활약했고 2013시즌에 김시진 감독의 뒤를 이어 넥센의 지휘봉을 맡게 됐다.

그렇게 염 감독은 부임 첫 해에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비록 두산에게 패했지만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끌면서 염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을 받게 됐다. 그리고 2014시즌, 강정호와 박병호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넥센은 염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그렇게 2015시즌에도 넥센은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두산에게 발목을 잡히며 또다시 우승을 목전에 두고 무너졌다. 그리고 올해는 하위권을 전전할 것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로 하고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지만 LG에게 패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부임 이후, 매년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염 감독에게 우승은 너무나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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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염경엽 감독의 사퇴 전문

일단 시리즈 전체적으로 수비가 무너졌고 득점권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년 동안 저희 선수들 수고했다. 감독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감독을 하는 동안 따뜻하고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넥센 감독으로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이뤄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2014시즌에 우승의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구단과 팬들에게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져야 할 것 같다. 물러날 생각하고 있다. 넥센에 있었던 5년간 제 야구 인생의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경험을 했고, 우리 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쳐가는 인연, 감독과 선수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시기라 생각한다. 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주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신 이장석 대표께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감독으로 기회를 주셨기에 많은 부분을 할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나오면서 4년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부족한 부분을 준비하고 채워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아쉽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제 인생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들, 팬 여러분, 마지막으로 정말 고맙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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