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KBO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해외진출을 결정한 선수들에 대한 규정을 개정했다. 사실상의 ‘군 팀 입단 제한’ 규정을 완화한 것. 이른바 ‘이대은(27)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개정의 시점이 참으로 오묘하다.

KBO는 13일 이사간담회를 열고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KBO가 정한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KBO 퓨처스리그에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프리미어 12에 한국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이대은. 스포츠코리아 제공
당초 KBO는 지난 1월 신설 리그 규정(‘해외 진출 후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무,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선수의 퓨처스리그 경기 출장을 제한한다’)을 통해 사실상 해외진출 선수들의 상무 혹은 경찰야구단 입단을 불허했다. 쉽게 말해 상무와 경찰야구단이 실전에서 쓸 수도 없는 선수를 뽑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해당 규정의 1호 혜택자는 올시즌을 끝으로 일본 지바롯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군 복무를 결정한 이대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프리미어 12’에 한국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발표된 2017 WBC 예비 엔트리 50인에도 포함됐는데, WBC 최종 엔트리 포함과는 관계없이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야구를 하면서 군 복무를 수행하고자 했던 그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이대은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관계자 역시 KBO의 이 같은 결정을 접하고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KBO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동안 해외진출선수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KBO였다. 게다가 신설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리그 규정을 사실상 이대은이라는 특별한 한 선수 때문에 고친 셈이다. 한 선수를 위해, 한 나라의 야구 위원회 전체가 움직인 것인데 여러모로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개정 시점은 다소 아쉽다. KBO 관계자는 이번 개정의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개정은 결정됐지만, 이 규정이 결코 상무 혹은 경찰 야구단 입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 팀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입단이 불허될 수 도 있다. 다만 최소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라고 밝혔다. ‘군 팀 입단’이라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군 팀 입단 제한 상황’을 풀어주며 물고기를 잡아주는 법을 알려준 것.

하지만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상무가 올해 그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그는 꼼짝없이 ‘현역병 입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대은. 스포츠한국 DB
KBO는 “(해외진출선수의 군 복무시 퓨처스리그 출전 금지 조항 개정은)이전부터 논의가 된 부분이지만, 해당 규정의 적용 시기에 대해 고민해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규정 개정을 발표한 날짜인 13일은 공교롭게도 경찰청이 야구단 최종 합격자 10인을 발표했던 날이었다. 규정상으로는 경찰청 입단의 길이 열렸지만 시점상 경찰청 입단은 불가능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진작부터 논의가 돼 왔다면, 적어도 경찰청 1차 검사 이전인 9월 이전에 개정을 결정할 수는 없었을까. 야구에서도 1사 상황과 2사 상황이 주는 느낌이 크게 다르듯, 두 차례의 기회가 주어진 상황과 단 한 차례의 기회만이 남아있는 상황은 분명 다르다.

현재 이대은은 올해 상무 입단이 좌절되면, 이를 만회할 기회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 2016년 기준으로 이대은은 만 27세이기 때문. 상무와 경찰 야구단은 모두 만 27세 이하의 선수들만 지원이 가능하다. 2017년 3월 22일(이대은의 생일)이 지나면 만 28세가 되는 이대은은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타 선수들과의 형평성은 물론 적용 시점을 고민했다던 KBO, 해당 규정을 적용받는 선수의 군 팀 입단 도전 기회의 평등 역시 고려됐어야 옳았다. 그러나 이대은은 이미 한 차례의 기회를 놓쳤다. ‘이대은 특별법’의 당사자, 이대은은 규정을 절반만 적용받게 됐다. 결단의 시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견제구’는 야구에서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도루 방지나 아웃을 잡기 위해 투수 또는 포수가 수비 선수에게 던지는 공을 뜻합니다. 날카롭고 빠른 견제구처럼 그러한 시선으로 야구계 이슈와 인물들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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