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이대은(27·전 지바롯데)이 다시 한 번 국가의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2017 WBC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것. 하지만 이대은은 또 다른 국가의 부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바로 ‘군 복무’다.

KBO는 6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50명의 예비 엔트리 명단을 발표했다. 엔트리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여러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지난해 ‘프리미어 12’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우완투수 이대은이다.

6일 발표된 2017 WBC 대표팀 50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우완투수 이대은.스포츠한국 DB
이대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올시즌의 대부분을 지바롯데에서 보냈다는 사실에 기초한 ‘기량 논란’이 아닌 ‘군 복무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복무 기피 논란을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번 논란은 야구선수라는 특기를 살려 군 복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서 기인한 논란이다.

당초 이대은은 올시즌을 마친 뒤, 군 복무를 이행하고자 노력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바로 지난 1월 신설된 KBO의 리그 규정(‘해외 진출 후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무,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선수의 퓨처스리그 경기 출장을 제한한다’)탓에 경찰야구단 혹은 상무야구단에 입단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퓨처스리그 출전이 막혀있다.

최근 그가 경찰야구단 입단을 사실상 포기하는 태도를 취한 것도 바로 이 규정 때문. 일단 상무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지만, 쉽지는 않다. 아니, 가능성이 희박하다. 군 팀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퓨처스리그 팀인 상무가 귀중한 엔트리를 하나 희생해가면서 그를 뽑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모든 수단을 써도 군 팀 입단이 무산된다면 그는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대은의 이번 예비엔트리 선발에 관여한 인물 중 한 명은 이번 ‘군 복무 논란’에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바로 2017 WBC 대표팀 타격코치이자 SBS스포츠 해설위원인 이순철 위원이다.

이순철 위원은 ‘이대은’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듣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은의 입장이 너무 딱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적어도 WBC 코칭스태프들은 그를 국가대표로 차출만 할 것이 아니라, 소정의 혜택 정도는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심지어 이대은은 작년에 열렸던 ‘프리미어 12’에도 나선 선수다. 대표팀은 그를 급하게 호출해 요긴하게 활용했다. 올 한해 야구 붐 조성에도 그가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문제(군 팀 입단 제한)로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표선수로서 애국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모든 힘을 쏟았는데 일종의 규제를 통해 군 복무에도 제한을 둔다면, 어느 누가 대표팀에 선뜻 오려고 하겠는가. ‘2년 규제’가 상당히 염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순철 위원은 이른바 ‘해외 진출 선수’들이라도 대표팀 경력을 가진 선수라면 예외를 두는 KBO의 선처를 바랐다. 그는 “물론 개인적으로는 야구규약 107조(고교 졸업 이후 국내 리그 경험 없이 해외 진출을 한 경우, 해외 구단과의 계약 종료 이후 2년간 KBO 구단과 계약 금지)’도 이제는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KBO가 적어도 국가대표 경력 보유자만큼은 군 팀 입단에 참작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야구 선수들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유망주들이 규약에 묶여 젊은 세월을 허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대은을 통해 일종의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며 “선수들이 일종의 실수를 만회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프리미어 12'에 한국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이대은의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선처를 바라는 이순철 위원의 바람과는 별개로 KBO의 입장은 분명하다. 원칙대로, 규정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대은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그가 국가대표로서 크게 공헌했던 사실까지도 인정은 하지만 공과 사는 다르다는 것이다. 규정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

물론 KBO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이대은에게 특혜를 주자니 다른 해외 진출 선수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예외를 두는 방침이 오히려 국내 선수들을 향한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것.

몇 단계의 시험을 거쳐 선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구단 별 쿼터제에 가까운 것이 현재 상무와 경찰청의 선수 선발 현실이다. 이대은의 군 팀 입단을 통해 해외 선수들의 규정 예외 적용의 길이 열린다면 국내 구단들의 쿼터 축소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국내리그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KBO 입장에선 결코 달가울 수 없다.

하지만 WBC 예비엔트리의 선정 과정에서도 여론의 반응을 예상하고 오승환을 과감하게 배제했던 KBO다. 전력 강화에만 초점을 두고 판단했다면 오승환은 당연히 대표팀에 합류해야 옳았다. 그러나 여론의 뜻을 반영해 KBO와 기술위원회가 한 마음이 되어 한 수를 접어준 셈이다.

만약 이대은이 최종엔트리에 포함돼, 대회에서 그가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다면 그를 향한 일종의 ‘동정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확률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 때도 KBO가 기존의 ‘예외 불허’ 원칙을 고수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물론 이대은이 향후 이런저런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다면 이 모든 가정은 무의미해진다.

*‘견제구’는 야구에서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도루 방지나 아웃을 잡기 위해 투수 또는 포수가 수비 선수에게 던지는 공을 뜻합니다. 날카롭고 빠른 견제구처럼 그러한 시선으로 야구계 이슈와 인물들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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