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작년부터 나란히 팀을 2년째 이끌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은 팀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했고 한 명은 실패했다. 올해는 김기태 감독이 김성근 감독보다 더 잘했다.

KIA는 지난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승리로 KIA는 70승 1무 71패를 기록, 6위 SK의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지만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KIA는 가을에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2014시즌까지 KIA를 맡았던 선동열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그렇게 KIA는 2015시즌에 리빌딩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단추로 2013시즌에 LG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경험을 가진 김기태 감독의 선임이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차분하게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쉽지 않았다. 전력 보강은 없었다. 그나마 돌아온 윤석민이 전부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젊은 선수에게는 기회를, 베테랑 선수에게는 신뢰를 주며 팀의 조각을 차례로 맞춰나갔다. 그렇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펼쳤지만 아쉽게 7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비록 가을야구 진출은 실패했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인 시즌이었다. 새로운 얼굴도 많이 등장했고 KIA 만의 재미있는 야구 컬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김 감독은 '눕기태 사건'을 비롯,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배치하는 상상 이상의 '김기태 시프트'까지 선보이며 팬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겁게 해줬다. 그리고 2016시즌, 감독 2년 차를 맞이했다.

올해도 플러스 전력은 없었다. KIA는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다. 하지만 FA로 주장 이범호를 잡은 뒤, 외부에서 선수를 사들이지 않았다. 대신 외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헥터와 지크를 데려왔다. 선발진은 강해보이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여전히 KIA를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이래저래 고비가 많았지만 선발에서 헥터가 리그 정상급 외인 투수의 역할을 해줬다. 양현종 역시 불운에도 불구, 지난 2007년 류현진 이후 9년 만에 토종 200이닝 달성 투수가 되면서 3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타선도 완벽하게 탈바꿈 했다. 작년의 KIA는 1197안타 136홈런에 그쳤지만 5일 기준, 올해는 1401안타 167홈런을 기록했다. 개수가 다르다.

캡틴 이범호를 비롯해 나지완과 김주찬이 연달아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넥센에서 온 복덩이 서동욱을 비롯해 김호령, 노수광, 오준혁, 등 젊은 선수들의 실력이 만개했다. 마운드에서는 임창용이 고향팀으로 돌아오면서 뒷문이 단단해졌고 심동섭과 한승혁은 후반기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연승과 연패의 롤러코스터가 춤을 췄던 시기도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7연승을 기록, 순위를 조금씩 끌어올렸고 전날 승리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가지고 있는 젊은 자원, 그리고 베테랑의 조합이 살아나면서 김기태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뒤로 하고 KIA에게 가을을 선물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달랐다. 지난 2일 대전 넥센전에서 패하며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 됐다. 김기태 감독과 마찬가지로 부임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부터 9년 연속 한화에게 가을은 없었다.

'야신'을 모셔오라는 현수막과 함께 한화 팬의 시위가 있었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의 한화행은 기대가 컸다. 한화는 판도 제대로 깔아줬다. 600억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며 선수를 사모았다. 2013시즌, 이용규와 정근우를 시작으로 2014년에 배영수, 송은범, 권혁을 데려왔고 올해는 4년 84억의 정우람으로 정점을 찍었다.

마운드에 대대적인 전력보강이 이루어지면서 한화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헛돈 썼다. 시즌 초반부터 꼬였다. LG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연장 끝내기 패배로 고개를 숙였고 5월에는 승패 마진이 무려 '-20'까지 떨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허리 수술까지 받으면서 팀 분위기는 더욱 추락했다.

역대급 연봉을 주고 잔류시킨 외인 로저스는 팔꿈치가 아프다면서 한화를 떠났고 서캠프와 카스티요는 볼 것이 없었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의 '내일이 없는 야구'가 매 경기 펼쳐지면서 선발과 불펜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마운드 운용은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권혁도 아프고 송창식도 아프고 그 외의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속속 빠졌다. 결정적인 순간, 한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매년 꼴찌에서 허덕이며 팬들을 '보살'로 키운 한화였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다시 독수리의 비상을 꿈꿨다. 그렇게 2015시즌은 6위를 기록,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올해가 중요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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