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이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제 남은 7경기에서 재정비를 통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및 올시즌 통합 우승을 준비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파죽의 9연승과 함께 90승46패1무를 기록,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 때 NC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위기의 순간 선수단 전체가 집중력을 발휘해내며 또 한 번 독주 체제를 구축한 두산은 더 이상의 고비 없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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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구단 최초의 80승을 넘어 90승까지 정복한 두산은 향후 2승을 더 추가할 경우 2000년 현대가 세운 KBO리그 역대 최다인 91승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 투타에 걸쳐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고, 특히 4명의 선발진이 15승 이상을 넘어서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낸 만큼 16년 만에 현대의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승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기록 도전의 부담감이 전혀 없다. 남은 경기를 보너스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임한다면 자연스럽게 91승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가령 종목은 다르지만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정규시즌 최다승을 갈아치웠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대기록 도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쏟았고, 결국 그 여파가 어느 정도 작용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패한 사례가 있는데 두산의 최다승 도전에는 상당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결코 무리할 필요가 없다.

정규시즌 조기 우승으로 두산은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한국시리즈 직행권을 손에 넣어 충분한 휴식기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이 이어졌다면 시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실험을 부담 없이 해볼 수 있고, 체력 안배 및 부상 보호도 보다 원활해졌다. 물론 긴장감을 한순간 풀어버릴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 기록 등 여전히 남아있는 목표를 향해 집중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

내심 상대팀 눈치를 봐야 할 상황도 피하게 됐다. 5강 싸움이 거의 굳어진 가운데 그나마 5위 KIA와 6위 SK가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지만 두 팀과의 맞대결을 이미 끝냈기 때문에 특정 팀에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성을 들을 일도 없다. 오해를 살 여지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남은 7경기를 좀 더 편안하게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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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잔여 경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가져갈 방침이다. 선발진들에게 최소 한 차례씩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저마다 오랜 이닝을 버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한국시리즈를 겨냥한 컨디션 점검에 나서면 된다. 외국인 최다승 기록이 걸려있는 니퍼트의 경우에도 결코 무리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등판 일정을 정할 수 있다.

적응 문제와 관련해서도 경찰청에서 전역한 홍상삼이 이미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이제 상무에서 돌아온 이용찬과 이원석이 남은 경기에서 1군 무대 감각을 최대한 쌓을 계획이다. 그동안 피로도가 누적된 선수들 위주로 휴식을 부여하면서 백업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기회가 돌아갈 전망. 단기전에서 특정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 또는 부진 등 돌발 변수가 나타났을 때 플랜B를 어떻게 가져갈지 구상하는 시간으로도 남은 일정이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체력적 부담을 안고 있던 상황에서도 기어이 삼성 왕조를 무너뜨린 두산이다. 비록 올시즌에는 정규시즌까지 손쉽게 제패했지만 지난해 두산과 같은 저력을 발휘할 언더독이 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두산 스스로도 철저히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습 같은 실전을 치르는 잔여 7경기가 포스트시즌 휴식기보다 더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 두산이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해나가며 한국시리즈에 대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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