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두산의 선발진. 왼쪽부터 니퍼트,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포스트시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싶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9월 이후, 매 경기를 앞두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문장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두산이 지난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두산은 22일 잠실에서 열린 kt전에서 승리를 챙기고 우승 매직넘버 1을 끝내 지워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삼성이 리그 최종전을 한 경기 앞두고 우승을 확정지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22일 현재 137경기를 치러 7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우승을 확정한 두산의 페이스는 분명 지난 시즌 삼성의 기세를 뛰어 넘는다.

이렇게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역대 최강에 도전하는 ‘괴물 선발진’이 건재했기에 가능했다.

올시즌 두산은 이른바 ‘판타스틱 4’라는 별칭을 가진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서 말하는 ‘판타스틱4’는 바로 니퍼트-보우덴-유희관-장원준, 선발 4인방을 의미한다. 네 선수가 합작한 승수는 무려 68승(21패).

환상적인 성적을 거둔 두산 선발 4인방은 리그 다승왕 경쟁도 사실상 독식하며 위대함을 더하고 있다. 팀 내 다승 1~4위가 리그 다승왕 부문 전체 순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 신재영(넥센)과 헥터(KIA)가 14승으로 분전을 펼쳤지만 5위에 그쳤다.

‘판타스틱 4’의 리더는 단연 니퍼트다. 지난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뛴 그는 올시즌 한국 진출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올시즌 그는 21승3패,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잠실 SK전에서 역대 17번째 20승 투수가 된 니퍼트는 최고령, 최소경기 20승 기록까지도 경신했다. 일정에 따라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승수인 22승(2007년 두산 리오스) 경신까지도 가능한 상황.

‘괴물 활약’을 펼친 니퍼트에 가려진 측면도 없잖아 있으나, 보우덴 역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올시즌 17승7패, 3.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니퍼트와 보우덴은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한 팀에서 나란히 17승 이상의 성적을 낸 최초의 외국인 투수 듀오가 됐다. 역대 외국인 투수 듀오 최다 승수 기록인 34승(2007년 두산 리오스, 랜들)을 이미 훌쩍 넘겼다. 게다가 두 기록은 보우덴의 향후 성적에 따라 계속해서 경신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듀오와 함께 토종 선발 듀오 역시 맹활약을 펼쳤다. 먼저 유희관은 2시즌 연속 15승 이상(15승5패)의 성적을 내면서, 지난 시즌(18승, 다승 2위)의 선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보였다. 장원준 역시 ‘꾸준함의 대명사’ 답게 22일 잠실 kt전을 통해 시즌 15승에 성공했다. 이는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1시즌 15승(당시 롯데)과 타이기록. 향후 일정에 따라 기록 경신까지도 가능하다.

22일 장원준까지 15승 고지를 밟으면서 ‘판타스틱 4’는 두산에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안겼다. 바로 역대 최초 한 시즌 15승 이상 선발 투수 4명 보유가 그것. 게다가 22일 현재 올시즌 리그 내 15승 투수는 두산의 선발 4인방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극단적인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세운 기록이라 더욱 가치를 더한다.

‘판타스틱 4’의 광폭 행보는 팀의 정규리그 우승과는 별개로 리그 최종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여전히 경신해야할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 바로 역대 단일 시즌 선발 최다승 기록이다.

22일 기준으로 두산의 ‘판타스틱 4’와 그 외 선발 투수들은 도합 74승을 합작했다. 이는 역대 단일 시즌 선발 최다승 기록과 타이. 지난 2000년 현대 선발진 역시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의 맹활약을 통해 74승을 기록했다.

이미 2000년 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 2016시즌 두산 선발진은 남은 7경기에서 단 1승만 추가한다면 현대가 기록했던 74승을 넘어설 수 있다. 문자 그대로 2016시즌 두산의 선발진은 역대 최강이 되는 셈이다.

21년 만의 감격적인 정규리그 우승이다. 그러나 두산은 리그 조기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역대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한 역대 최강의 팀으로 역사에 남고자 질주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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