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김현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두산의 시무식에서 김태형 감독은 올시즌 가장 큰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해의 시작을 앞둔 김 감독의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오랜 시간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새 시즌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

두산 선수단.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2007년부터 총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3할1푼8리(4066타수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가진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FA자격을 취득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팀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올시즌 김현수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지 못한 채, 타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16시즌은 기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다.

강력한 타선과 여기에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선발진을 앞세운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kt를 꺾고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의 일이다.

김현수의 공백을 지우고 오히려 두산을 타격의 팀으로 변모시킨 선수들은 바로 박건우와 김재환이다. 박건우와 김재환은 완벽하게 김현수의 그늘에서 벗어나 두산 외야와 타선의 중심으로 우뚝섰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규정타석을 채웠을 뿐만 아니라, 나란히 3할 타율(21일 기준 박건우 0.333, 김재환 0.338)을 유지하고 있다. 두 선수가 올시즌 풀타임 첫 해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박건우는 좌익수와 우익수를 넘나드는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지난 6월 16일 광주 KIA전에서는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재환은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을 드러냈지만, 타격에서 이를 모두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올시즌 113타점과 36홈런(21일 기준)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면서 타점과 홈런 부문에서 모두 리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의 타선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박건우와 김재환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들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는 사실이다. 결코 박건우와 김재환만이 두산의 타선을 이끈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번부터 9번타자까지 좀처럼 쉬어가는 타순이 없다.

두산 김재환(왼쪽)과 박건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 타선의 화려함은 굳이 개인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없이 팀 기록만 살펴봐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두산은 21일 기준 팀 출루율(0.376)과, 팀 타율(0.297)이 모두 리그 1위다. 여기에 팀 득점권 타율은 리그 공동 2위(0.306, NC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데, 1위인 넥센(0.307)과의 차이는 단 1리에 불과하다. 사실상 1위에 가까운 득점권 타율이다.

이렇게 나가는 것(출루)도 잘하고 불러들이는 것(높은 득점권 타율)도 잘하다보니 올시즌 두산이 압도적인 기록으로 팀 득점 선두(880점, 21일 기준)를 달리는 것은 당연했다. 2위 삼성(785점)과의 격차가 무려 100점에 가깝다.

심지어 팀 홈런도 1위 SK(174개)에 단 2개 뒤진 2위(172개, 21일 기준)다. 올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4명(김재환, 오재일, 에반스, 양의지)이나 포진 돼 있다. 오직 KIA(이범호, 나지완, 김주찬, 필)만이 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

많은 이들은 두산 조기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두산이 자랑하는 선발 4인방(니퍼트,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 이른바 ‘판타스틱4’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꼽는다. 하지만 김현수 공백을 지우고, 2016시즌을 ‘역대급 불방망이 시즌’으로 만들어낸 두산 타선 역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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