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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 이양기(35)가 697일 만에 출전한 1군 무대에서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7-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59승66패3무를 기록,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한화는 선발 이태양이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줄곧 침묵하면서 시종일관 끌려가는 경기를 해야만 했다. 8회까지 1-3으로 뒤지면서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그러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삼성이 마무리 심창민을 투입시킨 가운데 선두타자 양성우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후에는 하주석이 우익선상 2루타를 쏘아 올려 2, 3루 기회를 연결시켰다. 이후 오선진이 3구 삼진을 당하면서 패배까지 아웃카운트 단 1개만을 남겨놓게 됐지만 한화는 정근우가 고의4구로 출루하면서 만루를 채웠다.

이미 9회에만 차일목, 오선진 대타 카드가 모두 삼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남겼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기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다. 이날 웨이버 공시 된 권용관 대신 정식 선수로 등록된 이양기를 또 한 번 대타로 투입시킨 것.

2014년 10월17일 KIA전을 끝으로 더 이상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던 이양기는 지난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육성선수로 밑바닥부터 새롭게 출발하며 기회를 노렸다.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 타율 5할2푼(25타수 13안타) 7타점을 기록한 그는 특히 8월 후반부터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1군 재진입의 꿈을 이뤄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이양기는 놓치지 않았다. 심창민의 5구째를 받아쳐 좌익수 왼편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내며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쓸어 담았다. 극적인 4-3 역전에 김성근 감독 역시 환한 미소를 드러내며 이양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한화 원정 팬들의 함성이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뒤덮었다.

이양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다. 9회말 한화는 무사 만루 위기에서 다소 아쉬운 수비로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이양기는 연장 10회 1사 1루에서 병살타에 그치며 또 한 번의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양기의 극적인 3타점 2루타 덕에 활기를 되찾은 한화 타선은 결국 12회초 로사리오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양성우와 차일목이 타점을 보태며 짜릿한 최종 승리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비록 KIA와 LG가 같은날 나란히 승리를 거둬 승차 2.5경기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두산에 패하면서 6위로 밀려난 SK와의 승차는 2경기로 좁혀들었다. 697일의 공백을 뚫고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양기가 한화 선수단에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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