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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경기 초반 힘든 상황들이 있었지만 팀원들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기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두산 니퍼트가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19승을 따낸 뒤 남긴 소감이다. 본인의 압도적인 활약을 동료들의 공으로 돌리는 겸손함이 묻어난 발언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립서비스는 절대 아니다.

니퍼트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SK와의 경기에서 시즌 20승에 도전한다. 이미 다승 공동 2위 보우덴, 유희관(이상 15승)과의 격차를 멀찌감치 벌린 니퍼트는 평균자책점(3.03)과 승률(0.864)에서도 나란히 1위에 올라있어 투수 3관왕은 물론 시즌 MVP에도 가장 가까이 다가선 상태다. 탈삼진 역시 6위에 놓여있지만 1위 보우덴과의 격차가 9개에 불과해 좀 더 분발할 경우 선동열과 윤석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4관왕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다.

KBO 시상 제외 기록이기는 하지만 니퍼트는 이닝당 출루 허용률(1.22)과 피안타율(0.237)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24차례 등판 중 무려 18회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3위)했으며, 그 밖의 세부 지표 역시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니퍼트가 등판하는 날은 팀의 승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두산은 니퍼트가 등판한 24경기에서 20승4패를 기록 중이다.

또한 니퍼트가 13일 경기에서 또 한 번 승리를 따내게 되면 역대 17번째이자 순수 선발로는 8번째로 20승을 돌파하게 되는데 선발 최소 경기 20승도 니퍼트의 몫이 된다. 종전 선발 최소 경기 20승은 1995년 이상훈의 30경기이며, 구원승을 포함하더라도 1982년 박철순과 1985년 김일융이 28경기 째에 20승을 따냈다. 니퍼트의 승리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니퍼트의 존재 덕에 올시즌 두산이 압도적인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퍼트는 승리를 따낼 때마다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니퍼트는 올시즌 경기당 8.92점을 지원받아 규정 이닝을 채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2위 지크(7.60점)보다도 1점 이상이 높으며, 양현종(4.31점), 린드블럼(4.1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

선발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득점지원에서도 니퍼트는 5.50점으로 맥그레거(5.58점)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로만 제한할 경우 이 역시 부동의 1위다. 타선의 화끈한 지원이 그만큼 니퍼트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뜻이다.

이 밖에 니퍼트는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우가 지난 5월7일 롯데전(6.2이닝 2실점)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하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서 보통 운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 이같은 사례는 시즌 중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상황에서 양현종(5회), 피어밴드, 김광현, 레일리(이상 4회)가 호투하고도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잦았다면 니퍼트는 제 몫만 다해내면 대부분 승리를 가져가곤 했다. 지난 7일 롯데전에서도 초반 난조와 함께 4회까지 4실점을 떠안았지만 두산 타선이 5회와 6회 각각 2점씩을 보태면서 단숨에 8-4로 앞서나가 니퍼트의 19승을 챙겨줬다.

사실 니퍼트와 두산 사이에 어느 쪽이 더 큰 도움을 줬는지 가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타자들은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 평소보다 더욱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부담을 덜어주고, 니퍼트 역시 이같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하며 더욱 책임감을 발휘하고자 하는 ‘상호 보완 효과’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 속에서 팀 두산이 또 한 번 니퍼트의 20승을 위해 함께 달린다. “그저 좋은 팀에서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고 운이 좋았다. 동료들 덕에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니퍼트의 19승 당시 소감이 20승 달성 직후에도 어김없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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