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상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두산의 홍상삼(26)이 전역 직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상삼의 전역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두산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14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당시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9로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리즈 MVP의 주인공은 바로 두산의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었다. 당시 그는 3경기에 출전해 단 한 차례의 피안타 없이 1승, 2세이브를 거뒀다.

이후 이현승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의 2015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2015시즌을 통해 철벽 마무리로 거듭났던 이현승, 올시즌에도 그 기세는 이어졌다. 그는 올시즌 24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부문 리그 공동 3위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두산의 불펜 지형도는 9월 들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는 지난 4일 군 복무를 마친 홍상삼의 복귀와 맞물려있다.

두산은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2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승리의 1등 공신 중 한 명은 단연 홍상삼이었다.

두산은 5-2로 앞선 8회말 2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3점차는 넥센의 타선이라면 경우에 따라 역전까지도 가능한 점수차였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등장한 홍상삼은 베테랑 타자 넥센 채태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홍상삼이 채태인과 상대하면서 던진 8개의 공은 모두 직구였다. 다소 단조로운 패턴일 수 있었지만, 8구째 시속 150km의 직구 앞에 채태인의 방망이는 헛돌 뿐이었다.

홍상삼은 9회 들어서도 연신 강속구를 뿌렸다. 선두타자 이택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주효상과 강지광은 홍상삼의 슬라이더와 직구 앞에 무력했다. 두 선수 모두 삼진으로 돌아섰다. 마지막 타자인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홍상삼은 웃으며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로써 홍상삼은 지난 4일 1군 복귀 이후, 모두 3차례의 세이브 상황에서 3세이브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경찰청에서 갓 전역한 선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이 기간 그는 4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근 두산은 기존의 마무리 투수인 이현승이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잠실 LG전 블론세이브를 시작으로 총 4차례의 등판에서 무려 3차례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크게 위력이 감소한 모습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체력 저하와 필승조의 한 축이었던 정재훈의 부상 이탈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 이현승의 부진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홍상삼이 전역 직후 이현승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두산은 고민을 덜 수 있었고, 이현승은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

일단 두산은 당분간 홍상삼이라는 뉴 클로저를 계속해서 박빙의 순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세가 워낙 좋기 때문. 특히 내심 포스트시즌 불펜운용을 걱정했던 두산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다. 최근의 기세만 놓고 본다면 홍상삼은 지난해 이현승이 그랬던 것처럼, 포스트시즌의 영웅이 될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현승은 이대로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일까. 두산 김태형 감독은 최근 이현승을 셋업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11일 경기에서도 이현승은 7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승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마무리투수이기에 경험적인 면에서는 홍상삼 보다 분명 우위에 있다. 게다가 홍상삼은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투구수와 등판 간격 부분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태형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일정과 컨디션에 따라 홍상삼의 등판이 무리라고 판단될 경우, 이현승의 마무리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넥센 염경엽 감독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염경엽 감독에게 최근 팀의 어려움과 고민거리를 이야기했더니, 그는 ‘그러한 문제가 있다고 해도, 두산의 팀 성적에는 크게 지장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며 “리그 선두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팀도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이 최근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분명 필승 마무리 투수의 부진이었을 것이다. 두산 팬들 역시 지난해와 다른 ‘필승 마무리’ 이현승의 모습에 고민이 많았을 터. 하지만 난세에도 영웅이 나타나는 법. 이현승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홍상삼이 바로 그렇다. 이로써 두산은 현재 두 선수의 경기력과 별개로 일단 외형적으로는 '더블 스토퍼' 체제를 갖춘 모양새. 어쩌면 두산은 역대 가장 강력한 두 명의 마무리 투수들을 맞이하기 위해 최근 잠시나마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12일 현재 2위 NC(70승2무49패)와의 승차가 7.5경기차인 리그 선두 두산(82승1무46패)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과연 시즌 종반 준수한 경기력으로 포스트시즌 두산의 뒷문을 책임질 선수는 누가 될까. ‘패기’의 홍상삼과 ‘관록’의 이현승을 두고 저울질 하는 두산의 모습을 보며 다른 팀들은 큰 부러움을 느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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