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오늘처럼 야구와 관련된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

지난 25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김 감독은 최근 또 한 번 불거진 투수 혹사 논란 뿐 아니라 이후 선수들의 계속된 부상 이탈 때문인지 가슴이 답답한 듯 했다.

24일에는 사전 인터뷰를 한 차례 고사했고, 그 사이 많은 생각들을 정리한 듯 했다. 김 감독은 다음날 취재진들을 맞이한 가운데 “기사가 어떻게 나가도 상관이 없다. 다만 해명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뜨거워진 논란과 관련해 다시 한 번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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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특타 실시한 이유는?

먼저 김 감독은 24일 넥센전을 마친 뒤 특타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체력적으로도 버거운 시기에 이같은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야밤의 특타는 논란에 더 큰 불을 붙였다.

김 감독은 “특타에 참여했던 선수들 명단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가”라고 취재진들에게 되물었다. 조인성, 권용관, 김태완, 하주석, 이성열, 양성우, 김회성까지 총 7명의 선수가 방망이를 잡았는데 이 중에서 선발로 투입되는 선수는 하주석과 양성우 뿐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김성근 감독은 “두 선수를 빼놓고는 전부 시합에 자주 나가는 선수가 아니다. 또한 하주석은 최근 밸런스가 무너져있고, 양성우 역시 방망이가 잘 맞지 않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특타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를 넘어선 스즈키 이치로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치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하루에 2000개의 공을 매일같이 쳤다. 그만한 톱클래스에 위치한 선수도 끝없는 연습 속에서 살고 있다. 이승엽 역시 일본에서 손바닥에 온통 피를 흘리면서까지 1000개에 가까운 공을 때렸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꾸준한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이승엽은 지난해 KBO리그 통산 400홈런을 때렸던 당시 “그동안 좋은 지도자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특히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훈련,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했다. 만약 일본에서 힘들었던 시간 동안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그런 선수로서 실패하고 선수 생활을 마쳤을 것이다”며 당시의 혹독한 훈련 덕에 400홈런의 영광도 따라올 수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는 특타와 펑고를 이겨낸 선수가 이기는 곳이다. 그걸 넘어가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다”며 “단체 훈련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또 다시 훈련을 하는 선수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하는 법이다. 현재 젊은 선수들이 하루 200~300개의 공을 치는 정도에 그친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상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한화와 달리 대부분의 팀들은 시즌 막판으로 향할수록 훈련 강도와 시간을 줄이는 편이다. 한 취재진이 이같은 부분에 대해 언급하자 김 감독은 “그렇다면 기량 미달인 선수가 (훈련도 없이) 시합을 나가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시즌 도중에 연습을 해서 체력이 없다고 한다면 프로로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체력은 결국 자기 기술과도 같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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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감독이 생각하는 훈련의 필요성

이 밖에 김성근 감독은 이태양, 윤규진, 김민우, 정근우, 하주석, 로사리오 등 많은 선수들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투구 동작 또는 타격폼을 일일이 따라하면서 그동안 이들에게 어떤 문제점들이 발견됐으며, 조언 또는 훈련 등을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최근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민우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공을 던질 때 어깨 기준 일직선 뒤로 손이 한참이나 넘어갔기 때문에 쉽게 무리가 올 수 있었다. 캠프에서 투구폼을 고쳤을 때는 아주 좋았다. 다만 부상 이후에 공을 며칠 못 던지면서 폼을 잃고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무리한 등판보다는 투구 동작에서 좋지 않았던 습관이 부상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성근 감독이 또 다른 선수들을 예로 들며 시범을 보인 동작들, 훈련을 통해 일어난 변화의 과정 등을 모두 글로 풀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가 가장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만을 짧게 요약하면 특타, 펑고, 특투 등 모든 연습과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했을 때 비로소 완전한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동작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겠다’고 머릿속에 의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았을 때에도 한 번 익힌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연습이라고 했다. 선수들도 머릿속에 이미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이론 정도는 담아두고 있지만 의식을 하기에 앞서 행동으로 먼저 들어가야 하는 것이 프로라고 했다. 좋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결국 완전한 ‘본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이며, 이를 바로 잡아주는 과정이 연습과 훈련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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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바뀔 마음이 없다

인터뷰 초반 김 감독은 해명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고 언급했지만 그가 입 밖으로 꺼낸 대부분의 말들이 사실은 해명이나 다름없었다. 혹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야구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때로는 더욱 힘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종일관 취재진들에게 설명했기 때문.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든 혹은 반박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하든 사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김 감독의 입장 표명은 필요한 상태였다.

앞서 김성근 감독은 김민우의 혹사 논란이 처음 제기된 시점에서 적절한 해명을 내놓기보다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반문과 함께 본인에게 유독 비난의 화살이 집중돼 있는 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을 뿐이다. 특히 다른 팀 역시 연투가 자행되고 있는 모습을 걸고 넘어지면서 본인의 투수 운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바빴다.

“(우리팀 뿐 아니라) 한 해에도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은 많다”, “모두가 팀이 필요로 할 때 선수를 (계속해서) 기용하고 있지 않나”와 같은 가벼운 발언을 통해 팀을 위해서는 선수를 소모품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까지 무심결에 드러냈고, 다음날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혹사를 하지 않은 투수를 써야할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았다. 팀을 위해 헌신한 김민우에게 안타까움이나 유감을 표명하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다음날에는 권혁의 부상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경기 전 인터뷰까지 고사해 궁지에 몰린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감독이 결국 25일 NC전을 앞두고 긴 시간에 걸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도 오늘처럼 야구와 관련된 (심도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다”며 후련함을 드러냈을 만큼 본인의 생각을 충분히 전한 듯했다.

여전히 그의 설명을 궤변이라고 받아들일 팬들도 있을 것이고, 평소 김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현장의 위치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구체적 설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팬도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의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성근 감독이 본인의 야구 철학을 꺾을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화는 25일 NC에게 1-13으로 완패를 당한 뒤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어김없이 야간 특타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본인의 야구 이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다. 때문에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거나 확고한 신념을 버릴 마음이 앞으로도 없다면 이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왔던 본인만의 선수 운용 및 강도 높은 훈련의 결과를 성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경기 도중 부득이하게 벌어지는 불운한 부상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의 언급대로라면 한화는 어느날 갑자기 투혼을 발휘해왔던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더 자주 나와야 한다. 롱런하는 선수들을 키워내 단련할수록 강해진다는 본인의 이론이 옳았음을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철학을 펼칠 수 있도록 그동안 전권을 준 구단, 그의 지도 방식을 묵묵히 믿고 따르는 선수들을 단지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탓하는 비겁한 모습만큼은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팀의 수장인 김성근 감독 스스로가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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