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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구=박대웅 기자] 삼성 이승엽(40)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바로 ‘홈런왕’이다. 이미 KBO리그 통산 439홈런으로 2위 양준혁(351홈런)보다 무려 88개의 홈런을 더 터뜨렸고, 일본에서의 성적을 합산하면 600홈런에 단 2개만을 남겨놓을 만큼 압도적인 업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홈런 숫자가 오히려 이승엽의 다른 빛나는 가치마저 집어삼키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이승엽이 역대 최다 타점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면서 ‘홈런왕’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본인을 온전히 수식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이승엽은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때려내며 KBO 통산 1390타점 고지를 정복했다.

선발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승엽은 2회말 선두타자 최형우가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면서 좋은 타점 기회를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SK 선발 김광현의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깨끗한 안타를 기록, 최형우를 홈까지 여유 있게 불러들였다. 양준혁을 넘어 KBO 통산 최다 타점의 사나이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통산 5차례나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홈런만큼이나 사실 이승엽의 타점 커리어 역시 화려했다.

지난 1995년 4월16일 데뷔 두 번째 경기였던 잠실 LG전에서 프로데뷔 첫 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은 1997년부터 KBO리그 최초로 3년 연속 100타점을 넘어서는 괴력을 발휘하며 누적 기록을 빠르게 쌓아나갔다.

결국 2000년 4월19일 인천 SK전에서 최연소, 최소경기 500타점 고지를 정복했으며, 2012년 6월29일 대구 넥센전을 통해 1000타점을 밟았다. 8년 간의 일본무대 진출로 최연소 기록은 어쩔 수 없이 넘겨줘야 했지만 최소경기의 자존심만큼은 확실히 지켜냈다.

이승엽은 2013시즌 69타점으로 데뷔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를 남기기도 했으나 이듬해 KBO리그 6시즌 째 100타점을 돌파(101타점)하며 완벽한 부활을 이뤄냈고, 지난해와 올시즌 역시 9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결국 1739경기 만에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준혁의 2135경기를 무려 397경기나 앞당긴 결과물이다.

또한 이승엽은 1997년 홈런과 더불어 타점까지 처음으로 1위에 올랐으며, 1999년, 2002년, 2003년까지 총 4차례나 타점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14년째 맞이하고 있는 KBO리그 커리어에서 1400타점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해마다 100타점씩을 꼬박 기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 한 시즌조차 100타점을 돌파하지 못한 채 수많은 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그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상태로도 올시즌 역시 97타점(공동 5위)으로 100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승엽의 후배 최형우는 평소 홈런을 비롯한 다른 타이틀에는 별다른 관심을 드러내지 않지만 타점과 관련된 기록만큼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중심타자로서 팀 승리를 위해 최우선의 가치를 둬야 할 항목이 바로 타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최형우에게 이승엽은 말 그대로 전설 중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이승엽의 한일통산 600홈런 달성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의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의 가치 역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홈런=이승엽’을 넘어 ‘타자=이승엽’의 공식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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