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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듯하다. 김성근 감독과 관련된 혹사 논란이 그의 감독 복귀 두 번째 시즌 막판으로 향할 때까지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전을 앞두고 김민우의 부상 소식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최근 한 매체는 김민우가 어깨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지난해 투구 일지를 근거로 김 감독의 선수 보호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이같은 보도를 아직 접하지 못했음을 밝히면서도 본인에게 유독 비난의 화살이 집중돼 있는 점과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한 해에도 부상을 당하는 투수들은 많다”고 운을 뗀 뒤 “도대체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다른 팀의 경우에도 투수가 4일 연속 등판을 하거나 이후에도 계속 마운드에 오를 때가 있더라. 모두가 팀이 필요할 때 선수를 기용하고 있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이같은 항변은 야구 팬들에게 좀처럼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혹사는 모두의 문제”라는 입장까지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타 팀의 혹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결국 이를 통해 본인의 투수 운용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 9일과 10일 삼성전을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격노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NC 김경문 감독의 합의 판정 이후 지속적인 어필이 있었음에도 야구규정에 명시된 것과 달리 퇴장 조치를 내리지 않은 심판진의 일관성 없는 모습을 시작으로 KBO의 행정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너무나도 많다며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당시 김 감독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공감의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많았다.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야구계의 큰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다한 발언이라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다만 당시에도 김 감독은 본인과 본인의 팀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로소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문제점에 대해 이미 인지를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줄곧 묵과하고 있었던 것은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야구계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듯 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인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 최우선적으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서도 김 감독은 본인의 투수 운용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왜 모든 팀들이 선수를 혹사할 수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지적했다면 차라리 좀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격노와 항변에는 대부분 ‘나는 피해자다’라는 의식이 강하게 묻어나 있을 뿐이다. 결국 사태에 대한 인정이 없기 때문에 개인의 변화는 물론 야구계 전체를 위한 긍정적 방향의 대안 모색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혹사 논란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김 감독도 그동안 끊이지 않은 혹사 논란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항변을 해왔고, 그 중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경기수를 비롯해 시스템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혹사는 현장의 위치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유독 강조하면서도 김 감독 역시 한 팀의 수장으로서 타 구단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는 실례를 범하는 한편 스스로 관리를 하지 못한 선수를 탓하고,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해 있는 혹사 문제로 본질을 흐리는 등 대부분의 항변은 단지 본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취재진들과의 이번 인터뷰에서 정작 필요했던 발언은 쏙 빠뜨렸다. 프로 1년 차에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해온 김민우에게 형식적으로조차 안타까움이나 유감을 표하기는커녕 “한 해에도 부상을 당하는 투수들은 많다”, “모두가 팀이 필요할 때 투수를 기용하고 있지 않나”와 같은 가벼운 말들로 마치 팀을 위해서라면 선수는 소모품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을 무심결에 드러냈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대표적 에세이를 펴낸 감독의 입에서 나올 발언인지 의문이다.

또한 다음날 선발 투수를 묻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혹사를 하지 않은 투수를 써야할 것 같다”는 답변을 퉁명스럽게 전했는데 이는 제 아무리 농담이 섞인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유치한 비아냥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팀의 A감독은 과거 선수 혹사에 대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변화의 길을 택했다. 물론 나름대로는 해명하고 싶은 점이 있었을 수도 있고, 외부가 아닌 현장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깔끔한 자기 반성과 함께 선수를 먼저 생각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A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야구를 참 잘한다며 배울 점이 많다고 꼽은 지도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현실 속 김 감독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열린 자세가 아닌 40년 이상 지켜온 본인만의 야구 철학이 부정당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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