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넥센이 20승 투수 밴헤켄(37)을 다시 불러들인 가운데 웨이버공시 된 피어밴드(31)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넥센은 22일 “외국인 투수 피어밴드의 대체 선수로 투수 밴헤켄과 연봉 및 계약금 없이 옵션 10만 달러에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넥센으로서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밴헤켄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대단했다. 통산 58승32패 평균자책점 3.54를 비롯해 4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으며, 특히 2014시즌에는 20승(6패) 고지를 정복하며 다승왕 및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일본 무대에 도전한 밴헤켄은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10경기 동안 승리없이 4패 평균자책점 6.31에 그쳤다. 초반부터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이 크게 떨어진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2군에서는 5경기에 출전해 2승 평균자책점 0.95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으며, 결국 넥센은 밴헤켄의 구속 회복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밴헤켄이 KBO리그에서의 위력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웨이버 공시된 피어밴드가 다른 팀에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올시즌 피어밴드는 19경기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64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을 비롯해 퀄리티스타트(10회) 대비 승리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외국인투수이자 시즌 초 1선발에게 가졌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신재영이 에이스 역할을 대신 해주지 못했다면 넥센 역시 피말리는 순위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피어밴드는 지난 시즌에도 13승11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하며 검증을 마친 선수다. 올시즌 피홈런이 늘어났고 이닝 소화 능력이 다소 떨어진 점은 아쉽지만 그가 거듭된 부진으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한 채 넥센과 이별하게 된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넥센은 밴헤켄과 피어밴드 사이에서 밴헤켄을 택했을 뿐이다.

피어밴드는 최소 5~6이닝을 2~3실점 정도로 꾸준히 막아줄 투수가 필요한 팀에게는 충분히 탐나는 자원이다. 염경엽 감독이 평소 피어밴드의 성실함에 대해서도 몇 차례 언급했을 만큼 마인드 역시 좋은 선수다. 결국 ‘특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준수’한 모습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앞서 넥센은 코엘로를 웨이버 공시했는데 당시에도 그를 영입한 구단은 없었지만 거취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피어밴드(5승7패 평균자책점 4.64)와 코엘로(6승5패 평균자책점 3.77)의 올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코엘로가 오히려 괜찮은 부분도 찾을 수 있다. 승리 및 평균자책점 뿐 아니라 피안타율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 등에서도 코엘로가 더 좋은 기록을 남겼다.

다만 코엘로의 경우 제구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1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가 단 3회에 그칠 만큼 이닝을 끌고 가는 모습이 피어밴드에 비해 부족했다. 앞서 언급했듯 피어밴드는 지난해 이미 풀타임을 소화하며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도 코엘로보다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코엘로를 웨이버 공시했던 때와 달리 현재는 다수의 구단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삼성과 한화의 경우 이미 2장의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태고, 각 팀마다 새 외국인 투수의 피칭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피어밴드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투수들도 있다. 특히 kt의 경우 피노가 2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7.15로 부진한 가운데 4월 이후 승리가 전혀 없어 고민이 깊은 팀이다.

조범현 감독은 마리몬 대신 로위를 영입할 무렵 “아파서 던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보다는 던질 수라도 있는 투수가 있는 것이 낫지 않나”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로위마저 데뷔전에서 최악의 모습(1.1이닝 8실점)을 보여 근심이 가득하다.

kt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피어밴드가 이같은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비단 kt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구단에서 피어밴드가 활약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