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박대웅 기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김상현을 임의탈퇴 조치했다. 하지만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볼 수는 없다. kt 선수단이 등 돌린 팬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kt는 지난달 16일 익산시 한 주택가의 차 안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진 김상현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구단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고 구단 이미지를 훼손시켰기 때문에 중징계인 임의탈퇴를 결정했다”며 “김상현도 구단의 임의탈퇴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kt 김준교 사장까지 사과에 나섰다. 김준교 사장은 “소속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대단히 송구하다”고 운을 뗀 뒤 “프로야구 선수로서 부정행위 또는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원-아웃(One-Out) 제도를 적용해 엄중하게 징계하는 한편 선수들이 야구장과 사회생활에서 프로야구 선수로서 책임감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 등 제반 조치를 더욱 강화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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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조범현 감독 역시 13일 경기를 앞두고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겁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책임을 많이 느낀다. (김)상현이와 관련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팀을 잘 추슬러서 후반기에는 좋은 모습만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아직도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 김상현의 임의탈퇴는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고 선수들에게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징계 형평성 문제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SNS 파문을 일으킨 장성우의 경우 50경기 출장 정지 및 연봉 동결, 벌금 2000만원의 자체 징계에 그쳤고, 음주 운전을 한 오정복의 경우에도 10경기 출장 정지 및 벌금 300만원을 부과해 김상현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죄의 경중을 떠나 장성우 사태 이후 kt 측에서 원-아웃(One-Out) 제도를 선언했기 때문에 김상현에게 더욱 무거운 징계가 내려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징계의 기준선이 확실하게 재정립된 이상 원칙만큼은 계속해서 준수해나가야 한다. 물론 원칙 준수를 따질 필요도 없이 불미스러운 일 자체가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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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한 번쯤 재고의 여지를 둘 필요성이 있다. 이미 장성우의 출전 정지 징계는 풀린 상태지만 그의 복귀를 앞두고 또 다른 사건이 터지면서 투입 시기를 잡기가 상당히 껄끄러워졌다.

제 아무리 갈 길이 급한 조범현 감독으로서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조 감독은 “(장)성우도 결국엔 다시 야구를 해야 될 텐데 현재는 어느 시점에 투입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속 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저 신생팀의 시행착오를 딛고 좋은 성적을 내서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만이 그가 남길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조 감독도 버릴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믿음의 회복이다. 그의 말대로 kt는 신생팀이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야 할 부분이 많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단, 급하게 나아갈 이유는 없다. 더욱 중요한 요소를 밑바닥부터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 장성우의 복귀도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김상현의 공백을 잊게 해줄 대체 선수들의 활약 및 팀 분위기 재조성도 kt가 안고 있는 과제다. 조 감독은 유민상과 문상철을 향후 1루수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한편 14일 전반기 일정을 마친 뒤 선수단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전력을 재정비해 끈끈한 모습을 되살린다면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팬심도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 후반기에는 조범현 감독의 말처럼 ‘야구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어나는 kt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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