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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아직은 준비가 덜 됐죠.”

넥센 염경엽 감독이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전을 앞두고 박동원의 중심타자 기용과 관련해 남긴 말이다.

염경엽 감독의 다소 냉정한 평가는 단지 ‘현재’에 맞춰진 판단이다. 염 감독은 “타격 메커니즘, 기술, 특히 가장 중요한 멘탈적인 부분 등에서 아직까지 (박)동원이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며 “팬들로부터 혹시나 좋지 못한 평가가 내려져서 선수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땐 나조차도 돕기가 어렵다”는 말로 단계별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타율 2할8푼을 3년, 20홈런을 2년 동안 때려준다면 향후에는 충분히 중심 타선으로도 갈 수 있다. 3번 타자로는 다소 힘들 수 있으나 4~6번으로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박동원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최근과 같은 활약이 계속된다면 그 기간이 좀 더 당겨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날 박동원은 NC를 상대로 선발 7번 포수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3회 팀의 첫 안타를 책임지더니 2-2로 맞선 6회 2사 1, 2루에서는 NC 선발 스튜어트의 초구 시속 139km 커터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비거리 125m)를 쏘아 올려 승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8회에는 좌익수 왼편을 가르는 2루타까지 쏘아 올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가 모자랐을 뿐이다.

지난 15일 두산전 이후 2경기 연속 짜릿한 손맛을 느낀 박동원은 어느덧 시즌 8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미 팀 내 타점 1위에 올라있던 그는 대니돈을 밀어내고 홈런까지 1위 자리를 꿰찼으며, 지난해 커리어 최다 기록인 14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시즌이 아직도 약 100경기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20홈런 돌파는 무난한 페이스다.

시즌 타율 역시 2할6푼에서 2할7푼5리(131타수 36안타)까지 끌어올린 박동원은 최근 6경기에서 4차례나 멀티히트를 기록할 만큼 타격감도 물이 올랐다. 한 경기에 3안타를 몰아친 것은 올시즌 첫 경험. 특히 득점권에서만 타율 3할3푼3리(39타수 13안타) 4홈런 26타점을 쓸어 담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염경엽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향후 2~3시즌 가량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올시즌 현재까지의 활약만 놓고 보면 ‘하위 타순의 4번타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박동원의 위압감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경기 직후 박동원은 “늘 NC전에 약했는데 오늘 결승 홈런으로 이겨서 기분이 좋다. 오늘을 계기로 올시즌은 NC에게 더 강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며 승리에 대한 기쁨을 먼저 드러냈다.

박동원은 이어 4~5번 타순 기용에 대해 “타석에 많이 들어가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 아직 그 정도 체력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히 밝히면서도 “7번이 4번보다 편하고 투수들이 좀 더 쉽게 상대를 한다.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겠다. 개인적인 홈런 목표는 20개 정도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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