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벌떼 야구'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3-2로 짜릿한 끝내기 역전 드라마를 작성했다. 이로써 한화는 시즌 첫 2연승과 함께 5승16패를 기록, 여전히 9위 KIA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져 있지만 최하위 탈출에 대한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

한화는 선발 송은범이 3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남은 8이닝 동안 불펜진이 무실점 릴레이 역투를 선보이며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박정진이 두 번째 투수로 올라 1.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기세를 꺾었고, 이어 송창식(2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윤규진(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정우람(1.2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권혁(1.2이닝 1볼넷 3탈삼진 무실점)까지 모두가 제 몫을 다해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5명의 불펜진이 바로 올시즌 한화의 허리를 지탱하고 뒷문을 틀어막아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닌 선수들이다.

송창식은 지난 2013시즌 4승6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기록하며 한화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뒤 이듬해부터 전천후 역할을 소화하며 불꽃 투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2014시즌에는 안영명을 포함해 ‘안정진 트리오(안영명-박정진-윤규진)’가 한화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에는 권혁이 팀에 합류하면서 ‘권정진(권혁-박정진-윤규진) 트리오’로 이름에 변화를 줬다. 특히 2015시즌 박정진과 권혁은 불펜으로만 무려 154경기 208이닝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하며 ‘마리한화’ 열풍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주축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든든히 마운드를 지킨 한화 필승조는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희망을 안겨다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정우람까지 가세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화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선발진의 붕괴로 인해 그동안 필승조는 추격조와 패전조에 이르기까지 역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시로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이 과정에서 송창식의 경우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하며 14일 두산전에서는 4.1이닝 12실점의 악몽을 경험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김성근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화의 경기력이 조금씩 안정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필승조 역시 이전보다는 상식적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며 본래 짊어진 역할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시점에서 오히려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 한화는 최근 4경기에서 불펜진이 21이닝 13피안타 12볼넷 20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합작, 평균자책점 0.86의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송창현과 장민재가 한 차례씩 등판했지만 두 선수가 도합 2이닝만을 책임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필승조의 위엄이 제대로 들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올시즌 승리한 5경기에서도 불펜진이 총 25.1이닝 동안 단 2실점을 내줬을 뿐이다. 특히 21일 롯데를 상대로는 선발 김민우가 아웃카운트 단 1개도 잡지 못한 채 5실점을 허용했으나 핵심 불펜 5인방이 9이닝 무실점 릴레이를 이어가며 7연패 사슬을 끊어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 경기에서 12실점을 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켜야 했던 송창식의 시즌 평균자책점(8.10)만 아쉬울 뿐 정우람(1.35), 윤규진(2.70), 권혁(3.24), 박정진(3.65)의 기록은 상대팀에게도 부러움을 주는 수치다. 여기에 장민재(3.86)까지 기대 이상으로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상황.

문제는 한화의 승리에 필승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다는 점이다. 올시즌 5승 가운데 필승조에서 2명 이하만 등판하고도 한화가 승리한 경우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대개는 3~5명을 줄줄이 투입시키는 승부수를 던졌을 때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로저스와 안영명이 선발진에 합류할 경우 필승조의 등판 상황도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와 같은 페이스라면 시즌 막판까지 위력적인 모습을 이어가기가 당연히 어렵다. 가급적 3명 이내의 필승조만 가동시켜 연투 상황을 최소화 시켜야 지난해와 같은 아쉬움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타선에서 좀 더 여유 있는 리드 상황을 자주 만들어야 하며, 선발진 역시 좀 더 이닝을 길게 끌고 가줄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추격조 역할을 짊어진 불펜진들도 이전보다 확실한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만 있다면 필승조는 올시즌 한화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의 상황 판단 역시 상당히 중요해진 가운데 과연 한화가 필승조를 앞세워 대반격을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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