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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어색한 분위기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한화는 지난 21일 롯데를 상대로 7연패 사슬을 끊어냈지만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이미 위닝시리즈를 넘겨주는 등 좀처럼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승15패로 1위 두산과는 무려 10.5경기, 9위 KIA와도 6경기 차로 벌어져있을 만큼 힘겨운 4월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성적 부진 뿐 아니라 김성근 감독의 이해하기 힘든 선수 기용을 비롯해 최근에는 경기 외적인 문제들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팀 분위기마저 최악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특히 23일 두산전을 마친 뒤에는 경기장 밖에서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걸리기도 했다.

이날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마에스트리와 김경태의 불펜 피칭을 잠시 지켜보던 김 감독이 이후 감독석에 착석했지만 한동안은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찬스를 잘 살리지 못했다”고 전날 경기를 간단히 되돌아본 김 감독은 이내 퇴진 현수막이 경기장 밖에 걸린 여부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또다시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는 “(팬들이 내가 팀을) 나가라고 하더나”라고 취재진들에게 되물어본 뒤 간단한 정황을 전해 듣고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한 끄덕임이었다.

최근 김 감독은 선수와 선수 가족,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때 거센 감독 선임 청원 서명운동과 유투브 동영상 제작, 1인 시위 등을 통해 한화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던 그였지만 이제는 반대로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만큼 팬심은 완전히 등을 돌린 모습이다. 김 감독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애써 태연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는 전날 복귀전을 가진 이태양의 피칭에 대해 “잘 던졌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야하지 않겠나. 어제는 스피드가 5km 가까이 떨어져서 일찍 내렸다. 구속은 차차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안영명과 로저스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안영명은 캐치볼, 로저스는 불펜 피칭 80구 가량을 소화한 단계이며, 28일 2군에서 상태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 밖에 김 감독은 이날 정근우를 9번에서 1번으로 다시 복귀시킨 점 등 선발 라인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대화 속에 다시 한 번 정적이 흘렀고, 인터뷰가 그대로 마무리됐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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