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는 최저, 도루 허용은 최다…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

아웃카운트 소모하는 번트는 대량 득점 확률 희박

한화 이글스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한화는 최근 7연패 속에 승률은 0.133(2승 13패)까지 곤두박질쳤다. 1위인 두산 베어스(11승 3패 1무)와는 어느덧 9.5게임 차.

한화의 끝없는 추락과 더불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김성근(74)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다.

팀 운영의 전권을 틀어쥔 김 감독은 선발 투수들은 최소 5~6이닝을 소화하고, 불펜 투수들은 필승조-추격조로 나눠 전문 분업화를 지향하는 현대 야구의 흐름과는 달리 선발 조기 교체와 불분명한 불펜 보직 부여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송창식의 '벌투 논란'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오히려 "투구 감각이 흐트러진 선수는 공을 많이 던지며 감각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하나 김 감독이 요즘 야구의 흐름과 역행하는 대목은 '발 야구'와 관련한 부분이다.

올 시즌 거의 모든 구단이 '뛰는 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도 3위 LG 트윈스와 5위 넥센 히어로즈는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앞세워 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화만은 발이 묶인 상태다.

한화의 올 시즌 도루 개수는 4개로 가장 적다. 리그 평균인 12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9위인 두산 베어스(9개)와도 큰 차이다.

도루 실패 개수도 2개로, 아예 시도조차 적었다. 물론 김태균, 최진행, 윌린 로사리오 등 기동력이 떨어지는 타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긴 하지만 반대로 이용규, 정근우, 강경학, 하주석 등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는 자원들은 풍부하다.

하지만 한화의 경기당 도루 시도 개수는 0.40개. 올 시즌 경기당 도루 시도 개수가 1개 미만인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넥센은 1.94개로 한화의 약 5배에 달한다.

도루 시도가 적은 대신 한화는 희생번트가 11개로 가장 많다.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기 위해 아웃 카운트를 희생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량 득점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주자가 아예 뛸 생각을 하지 않으니 상대 투수는 타자와의 승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타자에게 득점에 대한 모든 부담을 지우는 구조다.

반대로 한화는 상대 팀에 가장 많은 도루를 허용한 팀이다. 한화의 올 시즌 도루 허용 개수는 19개로 가장 많다. 최저인 LG 트윈스(2개)와 비교하면 무려 10배 정도에 달한다. 한화는 지난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손아섭과 짐 아두치에게만 도루 5개를 내줬다.

한화는 도루 시도를 잡아낸 개수도 10개로 단연 압도적이다. 다른 팀들은 한화만 만나면 신나게 뛰기 시작하는 것이다. 포수진의 약점은 폭투에서도 드러난다. 한화의 폭투 개수는 17개로 가장 많다.

점수는 어렵게 얻어내고, 반대로 실점은 쉽게 하니 경기가 잘 풀릴 리가 없다. 한화의 경기당 득점은 4.03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데 반해 경기당 실점은 7.8점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투타의 괴리가 클 때는 1점씩 뽑는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 누상에 주자가 나가면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마운드에 서 있는 상대 투수를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돌발변수도 튀어나오고, 대량 득점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그게 안 되고 있다.

희생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는 '김성근식 야구'는 탄탄한 불펜진을 구축했던 과거에는 큰 성공을 거뒀을지 몰라도 그게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는 해법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꽉 막힌 상황에서는 한 번쯤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바꿔 돌파구를 마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한화의 7연패는 지난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다. 한화가 오늘(21일)도 지면 연패 기록은 새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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