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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선발진이 강하다고 소문이 났던 팀이다. 헥터와 지크, 그리고 윤석민까지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근데 당연히 승리를 따냈을 것이라 예상됐던 한 명의 선발이 아직 승리가 없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름 역투를 펼쳤는데 '1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바로 좌완 양현종이다.

KIA는 지난 2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 양현종의 8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에도 불구, 1-2 한 점차로 패했다.

8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98개였다. 누가 봐도 잘 던졌다. 완봉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1-1로 비기고 있던 연장 10회초 1사 1, 3루에서 상대 구자욱의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를 잡은 박찬호가 1루 주자 김상수를 잡기 위해 던진 송구가 실책으로 연결됐다.

3루에 있던 배영섭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렇게 1-1의 균형이 깨졌고 1-2가 됐다. 욕심내지 않고 차분하게 했다면 패하지 않을 수 있던 경기였지만, 말 그대로 과욕이 부른 참사였다. 끝내 1점 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KIA는 패하고 말았다.

물론 양현종의 시즌 첫 승도 날아갔다. 굳이 실책만이 아니더라도 전날 KIA 타선은 7안타를 쳐냈지만 고작 1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결국 타선이 살아나야 이기는 것이 야구다. 팀 타선과 수비진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양현종이었다.

전날 경기만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으련만, 아니었다. 이전 3경기 역시 비슷했다. 개막전 선발로 나왔던 지난 1일 마산 NC전에서 그는 6이닝동안 112개의 공을 던져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지크가 상대 손시헌에게 결승타를 헌납하며 KIA는 4-5, 한 점차로 패했다. 어떻게든 버텨낸 양현종이었지만 아쉽게 승리는 없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난 8일 kt전에서도 그는 7이닝동안 104개의 공을 던져 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 내야진의 아쉬운 수비와 타선의 무득점은 끝내 양현종에게 패배를 안겨줬다. 14일 SK전도 불운했다. 6.2이닝동안 103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6-6으로 비기고 있던 9회 1사 1, 2루에서 최영필이 박정권에게 끝내기 결승타를 허용, 6-7로 졌다.

마치 공식처럼 되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날 삼성전 역시 양현종은 충분히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줬지만, 팀 타선이 상대 선발 웹스터 공략에 실패하며 1득점에 그쳤다.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한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에 팀 타선은 고개를 숙였고 실책이 연이어 나왔다. 양현종의 최대 약점이 '팀이 KIA'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종은 확실히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우선 4경기 동안 양현종이 소화한 이닝 수는 27.2이닝이다. 경기당 7이닝에 가깝게 매번 던졌다. 게다가 모두 417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100개 이상을 꾸준히 뿌리며 팀 마운드를 지켜냈다. 또한 평균자책점은 3.25로 리그 전체 8위다. 충분히 수준급 이상의 몫을 해주고 있다.

또한 팀 내 동료인 헥터(3.79)와 지크(4.05), 윤석민(3.32)보다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팀 선발진에서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2014시즌 16승, 2015시즌 15승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던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2015시즌에는 평균자책점 리그 1위를 달성하며 명실상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KIA를 이끌어온 에이스는 단연 양현종이었다.

비록 21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최상위 10명의 투수 가운데 승리가 없는 선수가 유일하게 양현종이라는 점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양현종은 앞으로도 개의치 않고 팀을 위해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에이스는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이제 팀이 그의 첫 승을 도와주면 된다. 그와 동시에 KIA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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