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코대학교 야구부 연습 경기 모습

[대만 대학야구를 가다①]프로와 실업팀의 공존, 폭넓은 선택지
[대만 대학야구를 가다③] 토코대학 총장이 직접 전하는 `야구유학'

[대만 타이중=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한국에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고교나 대학 선수들이 프로구단에 입단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

지난해부터 한국프로야구는 kt의 합류로 10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양적 발전과 대형 스타선수들을 동경하며 야구선수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찌감치 야구의 길로 뛰어든 어린 선수들은 초등학교를 시작해 이름이 알려진 명문 중,고교를 가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선택지는 크게 좁아진다. 성적이 곧 진학과 연결되는 구조다보니 현장에서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기용할 수 밖에 없다. 겨우 중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경쟁에서 밀리는 선수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쳐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말 그대로 구색을 맞추는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출전 기회가 줄어들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프로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는 고교 졸업생 590명, 그리고 대학 졸업 예정자 270명과 해외로 진출했던 아마야구 출신까지 모두 860명에 이른다. 프로 10개 구단에서 지명을 통해 10명씩을 선택하면 전체 인원의 11%인 100명이 프로에 들어간다.

토코대학교 그라운드 전경
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 3학년 선수들에게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대학 진학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현재 대학야구팀은 31개. 평균적으로 매년 신입생을 10명을 받는다고 해도 34% 정도인 300여명이 겨우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4년제 대학 뿐 아니라 2년제 대학도 포함된다.

결국 프로 진출이나 대학 입학에 성공하지 못한 54%가 넘는 460명의 학생은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 절반 이상이 갈 곳을 잃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 학생이 매년 나온다는 이야기다. 설령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해도 1군에 올라가지 못하면 1~2년 뒤에 군대를 다녀오고 팀에서 나오게 된다. 야구를 꿈꿨지만, 야구를 할 수 없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할 지 막막한 학생이 대다수다.

설령 대학에 입학해서 야구를 계속 하게 되더라도 경쟁에서 낙오가 되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기에 나서기 위해 기를 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지원하지만, 경기 수는 제한되어 있고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프로에 들어가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간절한 희망 역시 사라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치열하게 학업에만 몰두해서 사회에 나와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야구를 계속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지금 한국 아마야구의 현실이다.

토코대학교 전경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면 또다른 기회가 있다. 대만에서 야구를 계속하면서 언어도 배우고 실용학문을 습득할 수 있는 유학 시스템이 있다.

대만 자이현 푸쯔시(嘉義懸 朴子市 學府路二段51號)에 있는 토코대학교(稻江科技管理學院)는 2001년 문을 연 실용중심 4년제 대학이다. 여가운동관리과를 시작으로 디지털패션디자인학과, 애니메이션게임디자인학과, 모바일앱기술학과, 법률학과, 공연예술학과, 유아교육과, 사회복지학과, 패션미용학과, 관광계획학과, 호텔경영 및 조리학과 등 모두 14개의 학과가 있다.

실생활에 밀접한 학문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눈에 띄는 건 프로팀 수준의 쾌적하고 다양한 야구 시설이다. 학업과 야구의 병행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교의 이념이 인상적이다.

정식 규격을 갖춘 야구장을 중심으로 타격과 불펜투수 훈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런닝을 할 수 있는 트랙과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프로 진출이 좌절되거나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한국과 달리 대만에서는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진로가 폭넓게 열려있는 셈이다.

대만의 성인야구는 프로와 실업팀이 있다. 프로는 CPBL(Chinese Professional Baseball League)에 속한 라미고 몽키스, 중신 브라더스, 이다 라이노스, 퉁이 라이온즈까지 모두 4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실업팀은 명문으로 알려진 대만 합작금고와 타이중 웨이다를 포함해 10개 팀으로 이뤄졌다. 야구를 하면서도 안정된 직장까지 다닐 수 있고 다시 프로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야구유학을 올 경우 설령 중간에 야구를 중단해도 중국어를 배우고 실용학문을 익혀 사회 여러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 입단이나 4년제 대학 입학의 장벽이 높고 실업팀이 없는 한국과 달리 유학을 통한 대만 4년제 대학에 입학, 야구를 계속 하면서도 언어도 배우고 취업을 목표로 하는 실용적인 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불안한 아먀야구의 현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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