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토코대학교 야구부 감독 황짜이런과 사무처장. 사진=김성태 기자

[대만 대학야구를 가다②]불안한 아마야구의 미래, 대만에 길이 있다
[대만 대학야구를 가다③] 토코대학 총장이 직접 전하는 `야구유학'

[대만 타이중=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한때, 대만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프로팀이 해산되거나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대만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스포츠는 역시나 야구다.

실제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에서도 대만은 일본, 미국, 쿠바에 이어 세계 4위에 자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인정 받고 있다. 물론 프로야구 10개 팀으로 돌아가고 있는 KBO리그에 비하면 대만 프로야구의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마야구를 비롯한 뿌리에서 차이가 크다. 프로에 입단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야구를 하는 아마추어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대학야구에서 대만과 한국의 차이는 크다. 대만 대학교에서 야구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갑'조로 불리는 야구팀은 어렸을 때부터 프로를 목표로 하는 엘리트 선수들로 이뤄진다. '을'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미활동 수준의 동아리 야구부라고 보면 된다.

현재 회장기 춘계리그 및 대한야구협회장배, 대통령기 등 8개 대학야구 대회가 있는 한국에 비해 대만 대학야구는 4개 대회가 열린다. 우선 대만대학야구협회 트로피 대회, 매화기 대회, 대학 트로피 대회, 춘계연합대회가 있다.

'갑'조에 포함된 대학 야구부는 4개 대회에 모두 출전이 가능하다. 반면 '을'에 속한 야구부는 대학 트로피 대회 출전만 가능하다. 대학트로피 대회만 '중화민국 대학교 체육협회'에서 주최를 하고 남은 3개 대회는 모두 '중화민국 야구협회'가 맡는다.

하지만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실업팀의 존재다. 현재 대만은 합작금고를 비롯해 모두 10개의 실업팀이 활동하고 있다. 대만대학야구협회 트로피 대회와 춘계연합대회는 실업팀도 참여한다. 대만에 있는 20개의 대학 야구팀과 10개의 실업팀이 함께 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대학컵과 춘계대회는 풀리그 방식으로 치러지며 5개 팀이 1개 조로 모두 6개 조로 나뉘어 대회를 치른다. 매화기와 대만대학야구협회 트로피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대학 야구팀과 실업팀이 함께 대회를 치르면서 전반적인 수준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가 된다.

이같은 대회를 통해 프로는 물론이고 실업팀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면 실업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만은 대학 졸업 후 진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대학 시절에 실업팀과 계약을 맺고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선수도 많다.

10개 실업팀은 팬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적으로 외국인 선수 5명을 보유해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대만으로 야구유학을 와서 프로 입단에 실패할 경우 실업팀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야구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만 보면 한국에 비해 대만의 야구 환경이 낫다고 볼 수 있다. 구단별로 1, 2차 지명을 통해 10명의 선수를 뽑아야 하는 KBO리그와 달리 이곳 대만 프로와 실업팀은 팀이 원하는 대로 선수를 뽑을 수 있다. 숫자에 제한이 없다. 대신 필요한 포지션에 꼭 맞는 선수만 데려간다. 1~2년 뒤에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또한 한국은 어린 고졸 선수가 프로에 지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만은 대학을 졸업한 야구 선수가 프로에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대학을 나오고 좀 더 성숙한 선수를 데려가는 것이다. 설령 야구 선수로 뛰지 못하더라도 야구 감독이나 코치를 하기 위한 지도자의 길을 걷는 선수도 많고 심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만 토코대학교 야구부 감독 황짜이런과 사무처장. 사진=김성태 기자
대학 내의 예산이나 운용도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어쨌든 야구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대만에서는 한 대학의 야구팀에 40~50명의 선수가 있다. 어떤 팀은 70~80명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매년 20명 정도의 선수를 뽑는데 야구만 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야구를 하더라도 학생이라는 기준이 있다보니 졸업 시기에 논문을 써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야구부 수가 줄어드는 이유 역시 학업을 병행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대만 토코대학교 야구부 감독 황짜이런은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한국대학야구 선수를 보면 각자의 열정은 대만에 비해 더 좋다. 하지만 장래가 아쉽다. 대만은 대학을 다닌 뒤, 10개의 실업팀에 뽑히는 경우가 많다. 춘계연합대회는 대학과 실업이 같이 시합을 하니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야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좋다고 본다. 만약 한국 학생이 대만으로 와서 시합을 뛰고 실력을 보여준다면 실업팀에도 충분히 갈 수 있다. 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를 5명씩 뛰게 한다. 10개 팀이니 50명이 실업에서 뛸 수 있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날카로운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대만은 일본의 아마야구 시스템과 비슷하다. 4,000개 이상의 대학팀과 300개가 넘는 사회인 야구팀이 있는 곳이 일본이다. 대만 역시 4개의 프로와 20개의 대학팀, 10개의 실업팀이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유사하다. 아마야구에서 프로로 가는 길이 유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대만의 프로야구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아마 야구로만 본다면 오히려 대만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돌파구가 있는 대만과 달리 한국은 갈 곳이 없다.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 아마야구 역시 제도적인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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