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롯데 짐 아두치(31)는 지난해 롯데의 타선을 이끌었던 '효자 외국인 선수'였다. 전반기엔 1번과 3번 타순을 오갔지만 후반기엔 붙박이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포지션도 외야 수비의 중심축인 중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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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시 아두치는 타선과 수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롯데의 약점인 수비 포지션들과 아두치와의 관계가 약간 오묘하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특정 포지션에서 고질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포지션이 있다. 바로 좌익수와 1루수다. 이 포지션들은 새로 부임한 조원우 감독에게도 고민거리로 던져졌다.

조 감독은 올시즌 스프링캠프에 앞서 "좌익수 포지션도 계속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실상 주전 좌익수였던 김문호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지난해 롯데 좌익수의 OPS는 8할3푼1리였다. 리그 평균 8할3푼2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독보적인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박헌도라는 준수한 우타 외야수 자원도 들어왔다. 넥센 시절 박헌도의 주 활약무대는 좌익수였다. 이우민, 김주현 등의 기존 자원들도 있다. 경쟁체제가 다시 확립됐다.

또 다른 약점인 1루수는 일단 박종윤을 신임했다. 2014년 타율 3할9리 7홈런 73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1차 성장의 벽을 깼다. 하지만 지난해 개막전에서 당한 발등 부상, 그리고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복귀로 인해 타율 2할5푼4리 4홈런 28타점에 그쳤다. 김대우가 1루에서 공백을 메웠지만 대안이 될 수는 없었다. 박종윤의 OPS는 6할2푼4리, 롯데 1루수들의 OPS는 6할6푼3리로 전체 최하위였다. NC 주전 1루수 에릭 테임즈의 OPS(1.287)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조원우 감독은 일단 박종윤에 기득권을 부여했다. 그는 "박종윤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루에서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은 믿고 쓰겠지만 정 안 될 경우 계속 1루수를 박종윤으로 갈 순 없을 것이다"며 "박종윤을 대체할 선수들도 경합을 시켜야 한다. 누가 주전이다고 못박는 것 보다는 살아남는 선수들에 기회를 줄 것이다"며 유동적인 자세를 취했다.

포수(강민호), 2루수(정훈), 3루수(황재균), 중견수(아두치), 우익수(손아섭), 지명타자(최준석)는 모두 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춘 포지션 선수들이지만 1루수와 좌익수는 경쟁력이 없다.

이런 가운데 다시 떠오르는 단상은 짐 아두치의 포지션이다. 아두치는 지난해 KBO 리그에서 중견수와 좌익수로 뛰었다. 주 포지션은 중견수였지만 경기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아두치가 좌익수로 이동하고 중견수에 이우민이 서는 수비 포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견수를 보는 아두치에게 좌익수는 그리 어려운 포지션이 아니다.

아두치는 또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1루수로도 왕왕 출전했다. 1루수가 가능한 선수다. 2013년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총 7경기에 나왔다. 마이너리그에선 60경기가 1루수 출전이었다. 1루수가 불가능한 자원이 아니라는 셈.

하지만 현재 롯데 외야진의 선수층을 감안하면 아두치를 1루수 혹은 좌익수로 돌리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중견수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타선과 수비를 모두 '다운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한 포지션의 약점을 메우고자 팀 전체의 밸런스를 깨뜨릴 위험이 크다.

조원우 감독도 이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4년까지 주전 중견수였던 전준우(경찰청)가 전역을 하고 1군 엔트리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롯데 김문호(왼쪽)과 박종윤은 각각 좌익수와 1루수 자리의 유 력한 주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좌익수에 확실하게 주전을 꿰차는 선수가 나오고 박종윤도 2014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아두치를 온전히 제 포지션에 놔둘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는 그러지 못하다. 다양한 고민들이 수반되어야 하는 단계다. 아직까지 팀이 온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올 겨울 롯데는 불펜이라는 투수진 약점을 보강하며 한결 나아진 전력을 갖추고 2016시즌을 보낸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들은 롯데를 안개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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