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국내를 완전히 평정한 뒤 일본이라는 상위 무대에 도전했지만 의구심을 걷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보란 듯 성과를 냈고, 또 다시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 이대호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마지막 도전장을 던졌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음을 알렸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다.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할 경우 FA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루기까지는 프로로만 한정해도 무려 16년의 세월이 걸렸다. 동갑내기 절친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생활 4년 만인 2005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먼 길을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에 진출한 선수는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 오승환, 이대호까지 총 5명에 불과하며, 이대호는 야수로서 최초로 이같은 길을 개척해냈다.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험난한 길을 실력으로 뚫어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다.

2010년은 그야말로 이대호를 위한 시즌이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2004년 20홈런을 쏘아 올려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낸 이대호는 2006년 타격 3관왕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그는 특히 2010시즌 타율 3할6푼4리(174안타) 44홈런 133타점 99득점 출루율 4할4푼4리, 장타율 6할6푼7리로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까지 완성시켰다.

팀 우승 외에 사실상 KBO리그에서 모든 것을 다 이뤄낸 이대호의 시선은 2011년 이후 일본으로 꽂혔다. 국내 최고 타자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가 모아졌지만 사실 당시에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인 기량으로는 일본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으나 수비와 주루 능력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대호의 약점이었던 몸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일본 특유의 ‘현미경 야구’에 고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모든 편견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오릭스 입단 첫 해부터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을 폭발시킨 이대호는 이듬해 역시 동일한 홈런 및 타점을 기록한 가운데 타율을 3할대(0.303)로 높이며 정교함을 한층 끌어올렸다.

소프트뱅크 이적 이후에도 변함없이 꾸준함을 입증한 이대호는 결국 2015시즌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으로 일본 무대 커리어 하이를 보냈고, 일본시리즈 MVP로까지 선정되며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일본시리즈 MVP까지 품에 안은 이대호가 또 한 번의 당찬 도전장을 던졌고, 마침내 꿈을 이룰 세계 최고의 무대에 입성한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1월 초 이대호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또 한 번의 깜짝 도전을 선언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상황에서 야구 인생의 가장 큰 불꽃을 피우기로 결심,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메이저리그 도전을 발표한 것. 당시 이대호는 “한국에서 고생도 했고, 일본 경험도 있다. 이것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분명 도움이 된다. 어차피 야구다. 내가 배운 야구를 미국에서 펼쳐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당당히 표출하기도 했다.

나란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박병호가 12월초 4년 총액 1,200만 달러의 보장 금액에 비교적 일찌감치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반면 이대호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대호를 평가한 일부 미국 매체들은 그의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이를 포함해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또한 차별화되는 확실한 무기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더불어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오히려 소프트뱅크 측에서 이대호의 복귀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연봉 5억엔을 내걸며 간절한 러브콜을 보내 일본 유턴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저평가 또는 편견 등 한국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옮겼을 당시와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기어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은 이뤄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다시 한 번 실력으로 모든 것을 잠재우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함없이 성공신화를 써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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