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옆구리가 휑해졌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롯데에 비보가 전해졌다. 롯데는 1일 "투수 홍성민이 우측 어깨 앞통증으로 조기 귀국했다"고 전했다.

홍성민은 지난달 29일 귀국한 뒤 30일 부산 좋은 삼선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롯데는 "진단 결과 우측 어깨 관절 충돌성 손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재활 기간이 3개월 정도로 그리 가벼운 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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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홍성민의 개막전 엔트리 진입은 물 건너 갔다.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줄 알았던 롯데에 악재가 터졌다. 특히 안그래도 엷은 투수진이기에 타격은 크다.

홍성민은 지난해 롯데 불펜진을 사실상 혼자서 먹여 살렸다. 67경기 등판해 82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95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가 내세운 순수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8홀드도 팀 내 최다였다.

지난해 롯데는 FA 시장에서 윤길현과 손승락을 차례로 영입하며 불펜진을 두텁게 했다. 하지만 이 두 선수만으로 불펜진이 강화된다는 것은 어불성설. 윤길현과 손승락을 뒷받침 하는 불펜 투수들이 필수다.

홍성민을 비롯해 정대현, 이성민, 강영식, 이명우 등이 8,9회를 막을 윤길현과 손승락 앞에서 '셋업'을 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중 사이드암 스로 궤적의 옆구리 자원이라는 특장점은 홍성민의 비중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홍성민은 상황을 가리지 않는 등판이 많았다. 정해진 역할은 없었고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까지 보직을 넘나들었다. 등판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불규칙하게 등판했다. 연투도 많았다. 2연투는 물론 3연투 이상이 4차례였다. 이 중 한 번은 4연투까지 있었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홍성민에게 탈이 났다. 부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불규칙했던 등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부상 부위도 투수로서는 민감한 어깨다. 3개월이라는 재활 기간이 주어졌지만 쉽사리 복귀를 예단할 수 없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 홍성민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롯데는 불펜 조합의 다양성을 구축하는 일도 어려움이 생겼다. 좌완과 우완 투수들로 불펜을 구성하면 단순하다. 여기에 옆구리 투수들까지 더해진다면 경기 후반 상대 벤치의 경기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롯데는 이성민, 윤길현, 손승락, 김원중 등 우완 정통파 불펜 자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가운데 홍성민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있으면 불펜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홍성민은 사이드암이지만 지난해 빠른공 구속은 평균 141.5km(스탯티즈 참조) 정도였다. 최고 140km대 중반까지도 찍는다. 옆구리 투수로서 구속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스플리터와 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완성된 구종도 갖추고 있다.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홍성민의 이탈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정대현이라는 '국가대표 옆구리 투수'가 있지만 그의 나이와 무릎은 시한폭탄이다. 능력은 충분히 검증됐지만 건강과 내구성이 문제다. 지난해에도 8월에서야 1군 첫 등판을 가졌다. 올해는 일단 스프링캠프를 착실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이 외에 사이드암 자원 중 불펜으로 활용 가능한 김성배가 있지만 지난 2년의 부진을 딛고 반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대현과 김성배, 두 노장이 홍성민의 공백을 나눠서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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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롯데는 '잠수함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이드암 투수들의 양이 풍부했다. 하지만 이젠 남아있는 선수들이 많이 없다. 그 중 가장 듬직했던 자원이 홍성민이었다. 홍성민의 부재로 롯데의 옆구리는 휑해졌다. 롯데는 남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홍성민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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