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선한 웃음 속에 드러내는 날카로운 눈매가 사람을 사로잡는다. 감독 4개월 차인 '초보' 조원우(45) 롯데 감독의 카리스마가 서서히 롯데 선수단에 물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조원우 감독은 지난해 10월, 롯데의 제17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세차례나 감독이 바뀔 만큼 롯데는 오프시즌 큰 파도가 일렁였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롯데를 휘감았던 파도에도 끄덕없을 단단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 퍼스트·희생·우리' 조원우 리더십의 정의

조원우 감독은 2009년 한화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7년 만에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10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 가장 젊다. 유일한 초보 사령탑이다. 감독 선임 직후 지난 11월 열린 대만 타이난 마무리캠프를 진두지휘했지만 아직까진 그의 리더십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조원우 감독은 "처음 감독을 하는 것이라 아직 저의 스타일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노하우도 아직 없고 시행착오도 분명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조원우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메시지들을 분석해보면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그 메시지의 중심에는 언제나 팀과 희생, 우리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는 2016년 구단 시무식에서 "'나'가 아닌 '우리'입니다"는 말을 선수단에 던졌다. 조원우 감독은 현재 팀워크 회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마무리 캠프 부터 희생과 팀 퍼스트라는 단어를 선수들에 계속 주입을 시키고 있다.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은 선수들의 마음속에 뭍어두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제대로 인식을 한다"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백업이나 베이스커버는 초등학생들도 다 하는 것이다. 이것을 철저히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에서 물이 새면 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지금까지는 선수들도 잘 따라오고 있고 개선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원우 감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하면 팀은 방황한다. 조 감독과 함께 보조를 맞출 선수단의 대표, 주장이 중요하다. 그동안 롯데는 선수들의 투표로 주장을 뽑았다. 하지만 이번에 조원우 감독은 선출직 주장이 아닌 임명직 주장을 택했다. 그 결과 조 감독은 주전 포수 강민호(31)를 주장에 임명했다.

강민호는 롯데에서만 현재 13번째 시즌을 맞는다. 어엿한 중고참이다. 이젠 선배보다 후배가 훨신 많아졌다. 친화력도 갖췄다. 모든 선수단을 어우르고 '한 팀'을 만들 수 있는 인물로 강민호는 적격이었다.

조 감독은 "(강)민호가 예전에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제는 팀을 리드해야 할 상황이다. 포수로서 투수들과 가교 역할도 해야할 것이고 따르는 후배도 많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이야기할 부분도 많기 때문에 민호가 적합했다"며 "민호가 솔선수범하고 헌신하면 팀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임 주장 강민호에 대한 신뢰였다.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 자신감을 주문하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 쉽지 않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야 할 선수들에게는 필히 가슴 속에 새겨야 한다. 조원우 감독은 '팀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에서 선수들을 주눅들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감으로 무장하기를 바란다.

"나는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믿는 감독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있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감하고 자신있게 대차게 해야한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면 안된다. 경기장에서는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 감독은 경기장에서 만큼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가 팀을 향할 수 있게끔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것이 '무한 경쟁'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조 감독은 "경기장에서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 해야 한다. 백업 선수들은 특히 더 그래야 한다. 그리고 주전급들도 '내가 나인데' 선수들이 많으면 안된다. 끊임없는 경쟁으로 위기감을 갖고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팀은 약한 것이다"며 거듭 강조했다.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선수들도 조 감독 아래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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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간 신뢰 회복 그리고 가을야구

조원우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과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하나된 팀으로 만들고 있다. 조 감독이 단 기간에 감독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코치시절 뛰어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선수들과의 신뢰였다.

그는 "코치 생활을 하면서 선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나를 따르지 않는다. 관계를 원만히 했고 또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을 했다"고 했다.

롯데는 그동안 '신뢰'라는 단어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엇박자가 나면서 구단 곳곳이 멍들었다.

조 감독은 "기본적인 틀에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책임지는 언어와 행동을 해야한다. 그것이 조금씩 쌓이는 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근차근 구단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해 팀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아직 저는 어린 나이다. 부담 갖는다고 결과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고민하다보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소신있게 밀고 나가면 된다. 부담은 없다"고 한 조원우 감독. 하지만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다부졌다.

그는 "팀이 3년 연속 가을야구를 가지 못했다. 관중도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몇 년 더 이런 현상이 이어지다 보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구단에서 윤길현과 손승락이라는 훌륭한 투수들도 잡아줬고 환경도 만들어졌다. 이젠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초보 사령탑의 각오, 그의 강렬한 눈빛에서 단호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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