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이렇게 마무리 투수가 각광 받았던 스토브리그가 있었나 싶다. 2015시즌 종료와 동시에 KBO리그는 수준급 마무리 투수들의 대이동으로 요동쳤다. 대이동 이후 10개 구단의 마무리 지형은 불가피하게 재편됐다. 다가오는 2016시즌 다시 짜여진 마무리 전쟁의 승자는 누가될까.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대다. 언제든지 폭발할 여지가 있는 타선 탓에 뒷문이 단단한 팀이 최종 승자로 웃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2016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들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마무리 보강에 혈안을 올렸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일부 구단들은 대형 마무리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이처럼 대형 마무리를 보강해 다가올 2016시즌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 팀들이 있다면 기존 핵심 마무리들의 부상 혹은 이적으로 인해 고민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보강을 마친 팀이나, 이탈을 감내해야하는 팀 모두 전력 재편이 불가피하다. 아직 2016년이 시작조차 하지 않았지만, 모두 마무리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새로운 무기 장착한 한화·롯데

SK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우람(왼쪽)과 넥센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손승락.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화와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단연 FA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마무리 투수의 영입에 성공했기 때문. 한화는 롯데와 SK로부터 심수창(4년 총액 13억 원)과 정우람(4년 총액 84억원)을 데려왔다. 특히 정우람의 경우,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였다. 많은 구단들의 구애가 있었지만 최종 승자는 통 큰 투자를 결정한 한화였다.

롯데 역시 '베테랑 불펜 듀오' 손승락(전 넥센·4년 총액 60억원)과 윤길현(SK·4년 총액 38억원)을 잡는 데 성공했다. 두 선수는 모두 팀에서 '필승 마무리'로 활동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했기에 여러 팀들이 군침을 흘렸지만, 역시 거액을 투자한 롯데의 품에 안겼다.

한화와 롯데는 모두 뒷문이 약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올시즌 한화는 사실상 권혁 한 명에 의존하며 한 시즌을 버텨냈지만, 그 역시 후반기 들어 급격한 페이스 저하로 고생했다. 투수진의 전체적인 보강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권혁의 부담을 덜어줄 마무리가 필요했다. 올시즌 SK에서 16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은 권혁과 한화의 새로운 수호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는 팬들 사이에서 '롯데시네마'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뒷문이 약했다. 올시즌 불펜진 평균 자책점이 5.43으로 꼴찌. 그러나 롯데는 새로 합류한 개인 통산 78홀드의 윤길현과 통산 177세이브에 빛나는 손승락 조합을 앞세워 롯데시네마의 폐업을 선언하겠다는 각오다.

▲무기 빼앗겨 울상 짓는 SK·넥센-무기 떠나보낸 삼성

SK 박희수(왼쪽)와 넥센 조상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반면 롯데와 한화에 필승 마무리를 빼앗겨 울상짓는 팀들도 있다. SK와 넥센이 바로 그렇다. 가장 타격이 큰 팀은 SK다. SK는 정우람과 윤길현을 각각 한화와 롯데에 내줬지만,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다.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승회를 지명했지만 이는 보강이 아닌 공백 메우기 정도다.

결국 기존 자원에서 해결을 봐야 하는 SK다. 올시즌 중반 부상에서 돌아온 2013시즌 구원 5위(24세이브) 박희수와 베테랑 박정배가 기존 필승조의 대안이 될 전망. 김용희 감독이 시즌 후반 믿고 맡겼던 전유수 역시 차기 SK 마무리 후보다.

넥센 역시 골치아픈 건 마찬가지다. 손승락의 이탈은 물론 그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한현희마저 최근 토미존 서저리를 위해 수술대에 올라 2016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후반기 빛을 봤던 신예 조상우의 어깨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삼성은 부상과 이적으로 인한 공백은 없었지만, 의외의 복병 앞에 눈물을 흘렸다. 바로 지난 10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거진 '해외 원정도박' 논란에 휩싸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때문이다. 이로 인해 KBO리그 최강의 필승조였던 안지만-임창용 콤비는 2016시즌 재가동되지 못한다. 임창용은 이미 지난달 삼성이 KBO에 제출한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지만은 보류선수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2016시즌 출전이 불가능할 위기에 처했다.

▲'믿을맨'들의 선발 전환이 두려운 LG·KIA

LG 정찬헌(왼쪽)과 KIA 심동섭. 스포츠코리아 제공
필승 마무리의 선발 전환이 예고된 팀들 역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 채 2016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LG는 봉중근을 선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마무리 훈련부터 선발 전환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봉중근이다. KIA 역시 올시즌 30세이브를 거두며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윤석민을 선발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을 대신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그나마 LG는 사정이 좀 낫다. 올시즌 마무리로 몇 차례 나선 경험이 있는 임정우와 지난 6월 음주운전 파문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셋업맨' 정찬헌을 두고 고심할 전망. KIA는 올시즌 21홀드를 기록한 심동섭이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유력하나, 윤석민과 같은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기존 전력 유지한 채 숨고르는 두산·NC

2015 한국시리즈 우승 팀인 두산과 정규시즌 2위에 빛나는 NC는 마무리 투수들의 이탈 없이 2016시즌을 준비한다. 먼저 두산은 2015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0'에 빛나는 이현승을 필두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16홀드를 기록하며 올시즌 두산 불펜진의 최대 수확물인 신예 함덕주 역시 다가올 시즌에 주목해야 할 불펜투수 중 한 명이다.

NC역시 올시즌 31세이브로 삼성 임창용(33세이브)에 이어 구원 2위에 오른 임창민이 여전히 건재하다. NC의 마당쇠로 도합 28홀드를 합작한 임정호, 최금강 역시 기대주다. 올시즌 구원진 평균자책점(4.50) 1위를 차지했던 NC는 2016시즌에도 올시즌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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