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국을 대표했던 특급 마무리투수들이 불행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9일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승환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오전 7시부터 5시간 가량 조사를 했다.

검찰은 이미 구속 기소된 조직폭력배 광주 송정리파 행동대장 출신의 도박 운영업자 이모씨로부터 오승환이 동남아 카지노에서 억대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승환 역시 도박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금액 부분에서는 일부 부인하는 방향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승환의 도박 혐의로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계마저 큰 충격에 빠졌다. 오승환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일본에서도 연일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오승환의 잔류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한신 측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신 사장 요쓰후시는 “만일 폭력조직이 연관돼 있다면 협약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리인을 통해 이메일로 사과를 받았지만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며 새로운 마무리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신과의 재계약 보류는 물론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적색신호가 켜졌다.

오승환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에이전시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이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이어왔고, 오승환 역시 지난 6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검찰 소환으로 인해 서울에 머물게 됐다.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당장 미국과 일본, 한국 어느 곳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 수 있다.

임창용의 경우도 이미 혐의가 어느 정도 드러났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그는 약 13시간 가까운 추궁 끝에 마카오 원정도박과 관련, 수천만원대의 게임을 벌인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장 운영업자와 도박 금액 진술에 대한 차이가 크지만 결국 혐의를 일부 인정한 자체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삼성은 보류선수 명단에서 임창용을 제외시키는 선택을 내렸다.

임창용은 세이브 1위에 오르고도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데 실패했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은 임창용의 도박 액수가 구속영장 청구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승환과 임창용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국보급 투수들이다.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2013년까지 KBO리그에서 통산 28승13패 277세이브 평균자책점 1.74의 성적을 남기는 등 무려 5차례나 구원왕에 올랐고, 일본에서도 두 시즌 동안 4승7패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자존심을 세웠다.

임창용 역시 1995년 해태에 입단, 삼성을 거치면서 KBO리그 114승72패 23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사상 두 번째 ‘100승-200세이브’ 동시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에서도 5년 동안 11승13패 128세이브를 따내는 성과를 남겼다.

한일 통산 350세이브를 넘어선 유이한 선수가 바로 오승환과 임창용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특급 마무리의 위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