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과 터무니 없이 오른 몸값…팀 상황에 맞는 나름의 판단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잠잠했던 KIA가 끝내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철수하는 분위기다. 거물급 선수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아가는 사이, KIA는 침묵을 지켰다. 이제 시장은 문을 닫고 있다. 과연 KIA의 판단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KIA는 팀 소속 선수이자 FA자격을 얻어낸 주장 이범호를 4년 36억원에 잔류시켰다. 이후 시장에 나온 '대어'급 선수들인 박석민, 정우람, 유한준, 손승락이 차례차례 새로운 팀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KIA의 영입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팀 사정을 본다면 영입을 하는 것이 맞다. 본론부터 들어가면 KIA는 두 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다. 바로 타격 부진과 뒷문 불안이다. 타격 부진의 경우,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하고 있기에 장타력을 보유한 타자 영입이 절실했다.

마운드 역시 시급한 상황이었다. 만약 다음 시즌부터 윤석민이 선발로 전환하게 된다면 KIA는 당장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다. 팀 내에 투수 자원이 있기에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는 있지만, 30세이브를 기록한 윤석민 정도의 활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3할 이상의 타율에 100타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 그리고 20세이브를 가뿐하게 넘길 수 있는 클로저가 필요했다. 그러나 KIA는 고심 끝에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여진다.

우선 첫 번째는 바로 팀 리빌딩이다. KIA의 2015시즌 행보는 말 그대로 놀라웠다. 리그 최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 하에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젊은 선수들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줬다. 베테랑 선수에게 대우를 해주면서 경쟁을 통한 전력 강화에 나섰다. 누가봐도 팀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고, 선수들 역시 해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겨우 1년 정도 지났지만 KIA의 리빌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수십억의 거액을 받은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면 자연스레 팀 분위기 역시 흐트러질 수 있다. 젊은 선수가 많기에 연봉이 적은 선수의 비중이 큰 KIA다. 실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프로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연스레 선수 기용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된다. 거액을 투자했기에 그 선수를 써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최대인원을 모두 투입해서 2015시즌을 소화한 KIA다. 선수 모두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주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선언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외부영입 선수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뛰지 못하는 선수가 생긴다. 한 포지션을 놓고 본다면 적게는 2명, 많게는 3명 이상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개인'보다 '팀'을 중요시 하는 김기태 감독 성격상 충분히 고민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0인 보호 선수 외에 한 명의 선수를 내줘야 한다. 리빌딩을 하고 있는 KIA 입장에서 젊은 선수를 내보낸다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다. KIA 관계자 역시 "외부영입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구단은 육성 부문에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다"라는 일축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바로 과열된 시장 상황이다. FA시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22명의 선수 가운데 모두 18명이 계약을 마쳤다. 모두 717억 7,000만원으로 역대 FA 총액 최고가를 찍었다. 아직 김현수 같은 거물급 선수가 남아 있기에 금액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문제는 선수들이 각 구단이 제시한 '공식적인' 금액 이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면 그 이상으로 금액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그 선수들이 몸값에 걸맞는 실력을 보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KIA는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현대·기아자동차가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실제로 김현수를 영입대상으로 놓고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김현수 정도의 선수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충분히 투자를 할 수 있는 구단이 바로 KIA다.

금액에 있어서 밀릴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투자 대비 가치로 본다면 현 시장의 몸값은 터무니 없이 높다. 만약 큰 돈을 주고 투자했음에도 실패하면 전적으로 구단이 책임을 져야한다.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KIA의 이번 FA시장 행보가 실패라고 보는 입장도 충분히 설득력 있다. 나름대로 영입을 시도했지만 바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실패가 미래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KIA 역시 더욱 더 나은 행보를 보이며 다음 시즌에도 팬들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선사할 야구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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