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불펜 투수 윤길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5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한 투수들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선수는 SK 정우람(30)이다. 실제로 세간의 관심은 정우람에게 맞춰진 듯하다. 하지만 정우람과 더불어 맹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으니 윤길현(32)이다.

지난 22일 FA 권리 행사를 선언한 윤길현은 26일 오후까지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못했다. 박정권, 정상호와 더불어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모든 관심은 불펜투수라는 공통점을 지닌 정우람에만 맞춰져 있다. 윤길현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분명 그 역시 '필승 마무리' 정우람의 잔류에 관심을 두는 소속팀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윤길현이 관심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 역시 충분한 시장가치를 지니고 있다.

올시즌 윤길현은 4패(무승), 13세이브, 17홀드, 3.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나름대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사실 올시즌 시작과 동시에 김용희 감독이 지목한 '필승 마무리'는 정우람이 아닌 윤길현이었다.

당시 셋업맨으로 나섰던 정우람과 '필승 계투진'을 구성했던 윤길현은 전반기에만 12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5월 7일부터 19일까지 5연속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 5일 LG전에서 2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 6월16일 결단을 내렸다. 윤길현과 정우람의 보직을 서로 맞바꾼 것. 당시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정우람을 마무리로 준비했다고 밝히며 '깜짝 결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마무리투수로서 윤길현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후 정우람은 '필승 마무리'로 승승장구 했고, 윤길현 역시 마무리라는 부담감을 덜고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김용희 감독의 '보직 변경' 결정은 성공으로 마무리 됐다.

보직 변경 이후 윤길현은 17홀드를 기록했다. 시즌 도중 '셋업맨' 보직을 받아들었지만 이는 SK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데뷔 이후 첫 풀타임을 책임진 팀내 홀드 2위 문광은조차, 11홀드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다만 문제는 정규리그 종반 구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7,8월 모두 1점대(7월 1.98, 8월 1.6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비슷한 홀드 기록(7월 4홀드, 8월 5홀드)를 유지했지만 9월 이후 윤길현의 평균 자책점은 5.00이었다. 역시 5홀드를 기록했지만 안정성 면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비록 후반기 들어 전반기에 비해 상승한 평균자책점은 다소 걸리지만, 전혀 관심과 대우를 못 받을 정도의 성적이 아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역시 FA 시장에 나온 LG의 불펜 투수 이동현의 계약내용이다. 두 선수의 나이는 만 32세로 같은데다 보직 역시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갔고 필승조인 공통점이 있다. LG는 불펜진에서 맹활약한 이동현을 최대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잡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의 올시즌 성적은 5승5패, 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40이다. 윤길현은 비록 이동현과 같이 구원승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홀드나 세이브 기록에 있어서는 이동현에 비해 우위에 있다. 이동현이 윤길현 보다 먼저 계약을 맺는다면 윤길현 역시 이동현의 '나비효과'로 인해 좋은 조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오직 대형스타만 FA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길현 역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권리가 있고 자격 또한 갖췄다. 대형 스타는 아니지만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숨겨진 준척' 윤길현의 FA 결과에 벌써부터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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