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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지난 25일, NC 구단 공식 SNS 계정에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는 "찾았다"라는 기쁜 목소리와 함께 미국 여권이 등장한다. 여권의 주인은 24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2015년 최우수 선수 자리에 오른 에릭 테임즈(29)였다. 동영상과 함께 구단 SNS는 테임즈와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여권 뺏기'로 표현했다.

테임즈의 잔류를 바라던 NC 팬들이 온라인 상에서 주로 활용했던 '테임즈의 여권을 뺏어야 한다'는 재치있는 표현을 NC 구단이 직접 사용한 것이다.

NC가 테임즈의 여권을 뺏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구단 공식 SNS에 게재할 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테임즈와 NC의 2년 간의 궁합은 환상적이었다.

지난해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테임즈는 타율 3할4푼3리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테임즈는 올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 40도루. KBO 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아울러 최초 한 시즌 2회 사이클링 히트까지 달성했다.

테임즈는 NC 유니폼을 입고 말 그대로 한국 무대를 폭격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테임즈는 타율, 득점, 장타율, 출루율 등 개인상 부문 4개를 휩쓸었고, 결국 리그 MVP까지 따냈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3번째 MVP다.

테임즈는 한국 무대에서 이룰 것을 모두 이뤘다. NC 역시 테임즈의 합류와 함께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NC 다이노스 공식 SNS 계정 캡처
▲ 완벽주의자 테임즈, 한국에서 평온을 찾다

테임즈는 야구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자다. 훈련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다. 그의 '무결점'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 완벽주의 성격이 때론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다. 올시즌 고비는 5월이었다. 5월 초반 감기 몸살로 잠시 고전했다.

당시 테임즈는 예민했다. 보다 완벽한 성적을 바랐다. 옆에서 바라보던 NC 김경문 감독은 당시 "테임즈가 몸살에 걸린 이후로 컨디션이 약간 다운됐다. 그런데 너무 과도하게 예민한 것이 살짝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테임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조금은 편하게 마음가짐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테임즈가 걱정 없이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5월 초반, 그리고 6월에 테임즈의 기록은 떨어진다. 6월 테임즈는 타율 3할1푼8리 4홈런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테임즈는 "주변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줬지만 그때 굉장히 화가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잠시의 방황은 테임즈의 마음 속에 평온을 찾게 했고, '역대급 성적'의 디딤돌이 됐다. 그는 "한국 무대에서 그리고 올시즌에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을 배웠다. 미국에서는 단장, 감독, 팬들의 압박이 매우 심했는데, 한국에서는 압박감 없이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매 경기 출전을 했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되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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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진화의 끝은 팀의 우승

테임즈는 NC와 2016년에도 함께한다. 2016년 연봉 1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15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 위한 테임즈의 목표는 일단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올해 NC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덜미를 잡히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는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최종 목표가 있다. 그것은 우승이다"면서 "시즌을 마치고 NC를 생각해봤을 때 굉장히 강한 팀이라고 느꼈다. 항상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그의 목표는 '말하는 대로'였다. 그는 "2014시즌 목표는 30홈런이었다. 그리고 올해 목표는 40홈런이었다. 이제 내년에는 50홈런에 도전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덧붙였다.

실제로 테임즈는 2014년 37홈런, 2015년 47홈런으로 목표를 모두 초과 달성했다. 테임즈의 2016년 목표 역시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실천력이 동반됐기 때문이다.

테임즈의 잇몸이 만개한 미소가 드러날 때마다 상대 팀들은 공포의 순간을 마주했다. 이제 테임즈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와 다시 한 번 KBO 리그를 폭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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