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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목표치는 사실상 채웠지만 결과는 씁쓸한 이별이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재계약 통지 마감일인 25일 피가로(31), 클로이드(28)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타자 나바로와는 3시즌 연속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차릴 계획인 반면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는 1년 만에 결별을 선언하게 됐다.

지난해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차지할 당시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 차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투수 쪽에서 핵심 역할을 소화했던 밴덴헐크(13승4패 평균자책점 3.18)가 일본 무대로 발길을 옮겼고, 마틴(9승6패 평균자책점 4.78) 역시 보류 명단에서 제외되며 삼성은 새 선수 영입을 통해 통합 5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으로서는 피가로와 클로이드가 2014시즌 외국인투수들의 빈 자리를 훌륭히 채워줄 필요가 있었다. 입단 당시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먼저 피가로의 경우 류중일 감독이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왔던 투수다. 류 감독은 지난해 피가로 영입 후 "4년 전 오릭스에서 뛸 때부터 기대를 가졌다. 당시와 얼마나 기량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강속구 투수 영입을 원했고, 다양한 변화구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인상 깊게 봤다. 제구 역시 들쑥날쑥한 면이 없다고 평가받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트리플A MVP 출신의 클로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파워 피처 유형은 아니었지만 안정성과 이닝 소화 능력에 강점이 있었고, 류중일 감독 역시 "게임 운영능력이 기대되는 스타일"이라는 말로 흡족함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 직전 피가로와 클로이드에 대한 기대치로 '합작 25승'을 꼽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는 류 감독이 언급한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피가로는 13승7패, 클로이드는 11승11패를 기록하며 도합 24승(18패)을 책임진 것. 비록 경기수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밴덴헐크(13승4패)와 마틴(9승6패)의 합작 22승(10패)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2012년 탈보트(14승3패)와 고든(11승3패)의 25승 이후 삼성 외국인 투수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승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삼성과 계속해서 한솥밥을 먹는데 실패했다. 승수에 비해 승률이 썩 좋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세세한 기록을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 역시 많았기 때문이다.

피가로는 전반기 11승4패 평균자책점 3.11의 놀라운 페이스와 함께 에이스 역할을 다해냈지만 후반기에는 어깨부상으로 단 7경기만 출전했을 뿐이며 2승3패 평균자책점 4.08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 이같은 아쉬움을 털어내 주기를 기대해봤으나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13의 처참한 성적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직구 구속이 크게 감소한 것은 물론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끝에 삼성 유니폼을 벗게 됐다.

클로이드 역시 6월까지는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출산 휴가를 다녀온 뒤부터 위력적인 모습이 실종됐다. 특히 홈런을 허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대량 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지는 모습을 수없이 노출하는 등 이닝 이터로서 기대했던 요소를 후반기에는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피가로와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에서조차 명예회복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동안 삼성은 두 명의 10승 외국인 투수를 동시에 배출한 경험이 극히 드물었다. 지난해에도 마틴이 1승이 모자라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2012년 탈보트, 고든 이전에는 2006년(하리칼라 12승7패, 브라운 11승9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이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때문에 삼성으로서도 피가로와 클로이드를 모두 떠나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통합 5연패 달성에 실패한 상황에서 차기 시즌 정상 재탈환을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전력 보강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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