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6시즌에도 필은 KIA에서 뛰게 됐다. 이제는 그 다음 행보가 더 중요하다.

KIA 관계자는 25일 "필은 올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음 시즌도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필과의 재계약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큰 이견 없이 술술 풀렸다.

브렛 필. 스포츠코리아 제공
필과의 재계약은 KIA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올해 144경기 가운데 1경기를 제외한 143경기를 출전했다. 게다가 빠진 1경기 역시 다른 이유가 아닌 2명의 외인 선수만 기용이 가능하다는 경기 규정 때문에 빠졌다.

아프다고 자리를 피하는 타 팀 외인선수들에 비해 내구성이 매우 뛰어난 선수가 바로 필이다. 필이 KIA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굉장히 크다. 2할5푼1리의 팀 타율에서 필은 3할2푼5리를 기록하며 홀로 3할대 타율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장타력에서 필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28개의 홈런을 쳐낸 이범호와 더불어 2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팀내 유이하게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한 나지완과 허리부상으로 비어버린 최희섭의 공백에도 KIA는 중심타선에서 필이 있었기에 그나마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광주에서 딸 킨리를 낳고 돌잔치까지 치르면서 명실상부 KIA의 효자 외인으로 톡톡히 자리매김 했다.

외인선수를 데려오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 조건이 되는 적응력만 봐도 필을 따라갈 외인은 많지 않다. 팀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워낙 좋다. 스스럼 없이 다가서는 필의 적극성과 친화력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다음 시즌의 행보를 생각해봐야 하는 KIA다. 필과의 재계약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바로 빈약한 팀 타선에 대한 문제다. 리그 최하위의 팀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을 본다면 필의 합류는 필수였다.

마운드는 가용 자원이 많아 버틸 수 있지만 장거리 타자는 보완이 쉽지 않다는 것이 KIA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장타자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상위권 팀에서는 외부가 아닌 내부 단속에 중점을 가하고 있다. 삼성이나 두산, 넥센과 NC 모두 외부 영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연스레 내년에 좋은 성적으로 올리고 싶어하는 하위 팀들에서 적극적으로 영입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KIA가 본격적으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들어들면 더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 이미 FA로 나온 타자 가운데 원소속구단과 재계약이 유력시 되는 선수를 제외하면 넥센 유한준, SK 박정권 정도가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한준은 넥센이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시장으로 나가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소 나이는 있지만 장타력을 가지고 있어 KIA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SK 박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기복이 심한 스타일이지만 가을만 되면 펄펄 난다. 지난 시즌 5위 경쟁에서 아쉽게 물러난 KIA 입장에서는 박정권 같은 가을에 유독 강한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포스트시즌 역시 꿈은 아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집토끼'와의 협상이다. 그냥 토끼가 아니다. 팀의 주장을 맡은 핵심선수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이범호는 KIA의 고민거리다. 구단과 이범호는 25일 한차례 만나서 서로의 입장을 밝혔다.

KIA 관계자는 "내일이나 모레 다시 만나 좀 더 자세한 부분을 조율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구단과 이범호 모두 팀에 잔류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금액적인 부분에 있어 여전히 변수가 크다.

필과의 재계약은 KIA가 다음 시즌을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이었다. 이범호 역시 마찬가지다. 두 선수만으로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이 KIA 타선이다. 그 다음이 문제다. 과연 KIA가 내부 자원으로 돌파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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