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양재=윤지원 기자] 2015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은 올 한해 선수들의 화려한 기록으로 빛났을 뿐만 아니라 라이벌 후보끼리의 훈훈한 장면으로도 반짝반짝 빛났다. MVP 후보 박빙을 이룬 에릭 테임즈(NC)와 박병호(넥센)가 서로에게 보낸 축하는 넓은 시상식장을 더욱 따뜻하게 물들였다.

2015 KBO 타자 부문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박병호. 연합뉴스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개인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올시즌을 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홈런, 높은 타율을 포함해 장타를 노리는 데 집중했다. 팀은 가을야구에 올라갔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발걸음을 멈춰야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프리미어 12에서 우승이라는 결과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자평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수상 순서가 아님에도 무대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동료가 상을 받을 때마다 무대에 올라가 격한 리액션과 함께 꽃다발을 안겼다.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MVP 라이벌 테임즈가 1표(유효표 99표) 차로 과반수 득표를 하면서 올해의 MVP로 선정되자 주저 없이 옆 자리의 테임즈와 서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 순간 터진 금색 색종이는 두 선수가 연출해 낸 아름다운 장면을 꾸몄다.

박병호의 축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로피를 들고 있는 테임즈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더니 느닷없이 화환을 씌웠다. 머리카락이 없는 테임즈의 머리 위에서 꽃 왕관은 더욱더 알록달록하게 존재감을 뽐냈고,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꽃을 쓰게 된 테임즈는 웃느라 잠시 몸을 못 가누기도 했다.

박병호가 2015 KBO MVP상을 수상한 테임즈에게 꽃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호는 꽃 왕관에 대해 웃으며 "테임즈가 MVP를 받게 되면 내가 직접 씌워주겠다고 말했었다. 그 왕관은 팬에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박병호가 테임즈에게 건넨 꽃은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니었다. 박병호는 진정으로 동료인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건넸다. 2012, 2013년 2년 연속 MVP였던 박병호였지만 지난 해에는 팀 동료인 서건창에게, 올해는 테임즈의 수상을 지켜봐야 했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작년에 (서)건창이는 201안타를 기록했다.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느낌이 좀 다르다. 서로 홈런과 타점으로 직접적인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였다. 재미있는 경쟁을 펼쳤다"고 돌아봤다.

이어 "시즌 종반으로 가면 갈수록 서로가 서로의 타격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테임즈의 타격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테임즈의 통역에게 테임즈는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묻기도 했다. 그저 재미있는 경쟁을 펼쳤던 것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며 라이벌의 존재가 도리어 자신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2015 KBO 시상식이 끝난 후 기념 촬영에서 테임즈의 MVP 트로피를 박병호가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상 실패에 대한 서운함을 묻는 질문에는 "서운함은 없다. 테임즈의 수상을 축하한다. (내 득표는) 생각보다 많은 득표수였다(44표)"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후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성 구자욱에게 밀린 넥센 후배 김하성에 대해서는 "주전유격수로서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였다. 분명 뛰어난 선수였는데 신인왕에서 밀려나 아쉽다"고 따듯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는 박병호의 포스팅 입찰에 뛰어들어 1,285만 달러로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현재 미국 계약에 관해서 박병호는 "계약하게 되면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리겠지만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계약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고 말했다.

계약의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류현진, 강정호와 나는 전혀 다른 선수이기 때문에 그들의 계약을 참고는 못한다. 다른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출국 날짜가 언제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해 아직 진행 과정 중에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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