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나지완, 김주찬, 이범호, 필.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조용하지만 언제든 태풍이 될 수 있다. 굵직굵직한 선수를 차례로 영입하며 FA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던 KIA다. 올해 역시 움직임은 보인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바로 리빌딩이다.

KIA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김기태 감독 영입과 함께 대대적으로 리빌딩을 천명하며 팀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단 한명의 외부 자유계약선수(FA)도 잡지 않을 정도로 자체 리빌딩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와 달리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할 수 있던 것은 마운드의 힘과 더불어 젊은 신진급 선수의 패기,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묶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IA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이름이 생소한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김기태 감독은 선수의 활용폭을 최대한 넓혀가며 팀을 운용했다. 생각 이상으로 1군에서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며 출전했고, 젊은 선수들 역시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으며 팀은 조금씩 변해왔다.

나름 성공적인 리빌딩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드러난 약점도 명확했다. 홈런을 펑펑 쳐낼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한 타자는 없었다. 팀 타율 꼴찌인 KIA가 5위 경쟁을 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 리그 최하위 전력으로 꼽히는 포지션이 많다보니 KIA 역시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외부 영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KIA 관계자는 "리빌딩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한계까지 극복할 수는 없다"면서 "팀 내부적으로 취약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외부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선에서는 장거리 타자가 마땅치 않고, 윤석민이 선발로 돌아설 경우 뒷문이 불안해진다. 그러나 투수의 경우, 현재 선수들로 헤쳐나갈 수 있지만 타자는 그렇지 않다"며 장타자 영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 시즌 내내 리빌딩에 매달린 KIA가 1년 만에 FA 영입으로 돌아선 것은 지금까지 해온 리빌딩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리빌딩에 문제가 있거나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KIA도 이런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리빌딩에 필요한 자원들이 뒷받침되면 계속 추진할 수 있지만 육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우회적으로 자원 부족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어느 정도 공감은 되는 부분이다. 2015시즌 KIA의 타선은 최악이었다. 마운드는 그나마 버텨냈지만 타선은 리그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내내 KIA의 타격은 말 그대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수준이었다.

팀타율 2할5푼1리는 리그 꼴찌. 팀 타점 역시 602개로 9위, 안타수는 1,197개로 꼴찌였다. 장타율과 출루율 역시 각각 3할9푼2리, 3할2푼6리로 모두 최하위다. 애초부터 쳐내지 못하고 나가지 못하는 KIA 타선이었다. 최근들어 타고투저의 열풍이 불었던 KBO리그지만 KIA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분명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KIA에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을 넘긴 선수는 외인 필이 유일했고 20홈런 이상을 쳐낸 선수 역시 필과 이범호 뿐이었다. 그만큼 '해결사'가 없었던 KIA다.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했던 나지완은 시즌 내내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타율 2할5푼3리 7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에 '반짝' 활약을 보인 최희섭은 5월부터 허리부상으로 1군에 나서지 못했고, 끝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나마 포수 백용환과 이홍구가 각각 10개, 12개의 홈런을 쳐냈지만 그 외의 다른 선수들에게 장타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KIA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3할 이상의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다.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묵직한 타자가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KIA의 타선은 답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KIA 역시 시장에 나온 선수들에게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016년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모두 24명으로 그 중 타자는 두산 오재원, 고영민, 김현수, 삼성 박석민, 이승엽, 넥센 유한준, 이택근, SK 정상호, 박재상, 박정권, 한화 조인성, 김태균, kt 김상현, 장성호까지 모두 14명이다.

원소속팀과의 재계약이 유력시 되는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를 제외하면 영입을 노릴만한 선수는 많이 줄어든다. 넥센 유한준, SK 박정권, kt 김상현 외에 타선에 한 방을 쳐낼 수 있는 무게감을 주는 선수는 없다.

팀 상황을 보면 외부영입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확실한 전력을 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영입을 하고도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도 크다. 어설프게 잡으려면 차라리 잡지 않는 것이 낫다. KIA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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