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세계 1위가 된 한국 야구. 그러나 이 세계 1위가 '속 빈 강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 야구는 더욱 힘써야 한다.

세계 최고를 가리는 국가대항전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 한국은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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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이 많은 대회였다. 하지만 '단기전의 승부사' 김인식 감독의 현란한 용병술과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한 선수단의 노력 덕분에 한국은 '세계 1위'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자리를 얻어내는 것보다, 수성하는 것이 훨씬 고된 과정일지도 모른다. 김인식 감독은 그 과정이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다. '허울 뿐인' 세계 1위가 되지 않기 위해 한국 야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제까지 '노장'에 기대야 하는가…전임감독제의 필요성

김인식 감독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국제대회의 지휘봉을 맡았다. 2006년 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2009년 2회 WBC,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까지, 모두가 난색을 표하며 고개를 저을 때 '노장' 김인식 감독은 언제나 국가의 부름에 응답했다.

또 그는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성적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1회 WBC 4강, 2회 WBC 준우승, 초대 프리미어12 우승까지. 현직에서 6년 넘게 떠나있었지만 관록으로 공백을 이겨냈다. 그는 그렇게 '노장'에서 '국민감독'이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1947년생의 '노장'에게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길 순 없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악전고투했다. 이제 한국 야구도 그를 놓아줄 때가 왔다.

다시 한 번 떠오른 화두가 '전임감독제'다. WBC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매번 오르는 주제다. 하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이듬해 국제대회 감독을 맡는다'는 규약이 있었지만 우승팀 감독이 난색을 표하면 그 역시도 사문화된 규정이 된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중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삼성 류중일 감독, 그리고 준우승팀 넥센 염경엽 감독에 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과 염경엽 감독 모두 소속팀을 이유로 고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미어12가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바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 등의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전임감독제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인식 감독 역시 '전임감독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감독은 22일 야구 대표팀 귀국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임감독제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소속팀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 부담스러워 한다. 나도 이해한다"면서 "나도 1,2회 WBC때 소속팀 감독이어서 부담스러웠다. 젊은 감독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1,2회 WBC 당시 한화 감독이었다.

일본의 경우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을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이끌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 역시 지도자 경험은 일천하다. 하지만 지난해 선임되어 2017년 WBC는 물론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멀리 보고 달려나가고 있다. 일본을 준결승에서 제쳤지만 그 기쁨에 도취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 정상화의 그 첫 걸음이 전임감독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 기초적인 선수 육성의 필요성…'오타니가 부럽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한국 야구에 '쇼크'를 일으켜 줬던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개막전과 4강전 선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이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일본의 '초신성'이라고 불리던 젊은 투수들과 모두 맞상대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모두 한국 앞에서 위용을 떨쳤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선수가 오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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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최고 160km를 찍는 빠른공과, 140km 후반대까지 나오는 포크볼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한국 타자들을 농락했다. 오타니는 한국 타선을 상대로 13이닝 3피안타 21탈삼진을 뽑아냈다.

김인식 감독은 이런 오타니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국제대회 때마다 부러웠던 것이 일본의 투수들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면서 "오타니가 6~7회까지 구속을 유지하면서 변화구를 던지는 것이 부럽더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미 '탈 NPB'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신청시 총액은 2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오타니처럼 강속구를 던지면서 스태미너를 갖춘 투수가 현재 전무하다. 좌완, 우완을 가리지 않고 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도 그런(오타니 같은) 선발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어릴 때부터 기초를 단단히 해야 한다. 투수들의 하체 밸런스를 갖추고 체력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이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프리미어12와 WBC 등 국제대회가 생겨나면서 1년에 한 번 꼴로 국제대회에 우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발전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노장'은 다시 한국 야구의 발전에 다시 한 번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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