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프리미어12 우승을 위한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잡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은 정대현도, 이현승도 아니었다. 대표팀의 '영건' 조상우였다. 이는 프리미어12를 통한,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의 닻을 올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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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를 거두며 올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 선수 선발부터 애를 먹었다. 특히 투수진에서 주축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투수진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최약체'라는 오명이 젊은 투수들에 덧씌워지는 듯했다. 이번 대표팀에선 20대 초중반, 그리고 대표팀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대은(26·지바 롯데)을 비롯해, 조상우(21·넥센), 심창민(22·삼성), 조무근(24·kt), 이태양(22·NC)의 20대 초반 자원들을 비롯해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였던 차우찬(28·삼성)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보기좋게 빗나갔다. 비록 이들이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주역으로 올라선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표팀 선배들을 도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모두 수행해내면서 값진 국제대회 경험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우완 에이스' 이대은은 베네수엘라전과 준결승 일본전, 2경기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3.24(8.1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의 기근에 시달렸던 대표팀은 이대은의 등장으로 '우완 에이스'의 가뭄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아울러 차우찬은 이번 대회 대표팀 불펜의 '핵'이었다. 차우찬은 선발 경험과 탁월한 스태미너를 바탕으로 롱릴리프 역할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 4경기 등판해 10.1이닝 1자책점 14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고비마다 차우찬이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대표팀은 안정된 불펜의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

조상우와 심창민, 조무근, 이태양 역시 첫 대표팀의 패기로 무장해 성공적인 국제대회를 치렀다. 심창민은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조별 라운드 미국전 2이닝 무실점 4탈삼진으로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태양은 멕시코전 선발로 등판해 3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심창민과 조상우는 대표팀 잠수함 계보를 이을 유력한 주자들로 떠올랐다. 조무근 은 2경기 등판해 2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조상우는 성인 국가대표 첫 무대에서 특유의 강속구를 자신있게 뿌렸다. 3경기 등판해 2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울러 조상우는 프리미어12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장식했다. 8점의 리드를 안고 있었지만 당초 정대현이나 이현승이 대표팀 마무리 라인이 '예우'차원에서 등판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의 선택은 조상우였다.

특히 '8회 정대현-9회 조상우'의 장면은 이번 대회를 통한 세대교체의 닻을 올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시작해 15년 간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빠짐없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정대현의 뒤를 이어 이제 갓 대표팀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시작한 조상우가 등판했다는 것. 대표팀 마운드도 '영건'을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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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대교체의 시기에 정답은 없다. 국제대회에서는 특히 그 시기를 정하기가 힘들다. 성적에 매몰되다 보면 경험을 더욱 중시하기에 젊은 선수들을 뽑기가 더 어려워진다. 마운드의 안정이 중요시 되는 투수진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영건'들과 경험이 풍부한 노장들이 적절하게 포함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가능하게 됐다. 우려는 있었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젊은 투수들은 경험을 얻었다. 그리고 향후 대표팀에 뽑힐 더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경험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희망을 엿봤다. 그리고 이제 한국 대표팀 역시 '영건 시대'로 돌입하는 초석을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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