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지난해 LG는 팀 야수의 상징인 박용택과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 또 한 명의 LG를 상징하는 선수가 FA(자유계약선수)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동현(32)이다.

지난 18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총 24명의 2016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FA 자격은 투수의 경우, 규정 투구이닝(팀 경기수)의 3분의2 이상 투구한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할 경우 취득할 수 있으며 정규시즌 1군 등록일수가 145일(2006년 이전은 150일)인 경우에도 한 시즌으로 인정한다.

이동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LG에서 이 조건에 부합한 선수는 이동현이다. 그는 지난 2001년 LG에 입단해 15년 동안 L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선수다. LG 팬들에게 이동현이라는 선수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선수다.

선수로 뛰면서 모두 세 번의 수술을 거치며 팀을 위해 뛰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끝까지 버티면서 공을 힘껏 뿌렸다. 긴 공백기로 인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섰고 지난 2013시즌에는 2002년 이후 11년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4년 팀이 4위의 기적을 보여주었을 때도 이동현은 팀과 함께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LG였지만 올해는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팀 상황이 최악이었다. 강점으로 불리던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

정찬헌은 음주운전 파문으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고, 봉중근 역시 시즌 초반부터 고생이 많았다. 9위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다른 팀이 5위를 노리던 시점에 LG는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생각했다. 그렇게 9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 와중에서도 이동현은 불펜에서 제 몫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최근 3년간 이동현의 존재감은 불펜에서 단연 압권이었다. 2013시즌에 그는 72이닝을 던지며 6승3패 25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좋았다. 61경기 동안 59.1이닝을 던져 5승1패 23홀드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팀 불펜진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었다. 마무리 봉중근의 뒤를 확실하게 받쳐줄 수 있는 단단한 셋업맨의 역할을 이동현은 잘해주었다.

올해도 이동현은 고군분투했다.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해줘야 했던 정찬헌의 공백이 컸기에 이동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웠다. 그러다보니 시즌 초반에 비해 후반기는 다소 난조를 보였다. 그렇게 60경기를 뛰며 59.1이닝 동안 5승 5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팀내 불펜진에서 이동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미 다음 시즌부터 봉중근이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꾸기 때문에 불펜진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마무리 후보로 정찬헌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가 빠지면 불펜의 무게감은 더욱 가벼워진다.

이동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물론 정찬헌 이외에도 유원상, 윤지웅, 최동환, 김선규 등과 같은 여러 자원이 있지만 이동현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구단이 이동현에게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2시즌, 당시 5,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2013년에 8,50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리고 지난 2014년에는 1억 7,000만원을 받으여 억대 연봉자가 됐다. 그리고 올해 그는 3억을 받았다.

팀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그나마 연봉 인상폭은 커졌지만, 그 전까지 그가 활약한 것에 비하면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올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가 되는 이동현의 행보에 더욱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LG는 이동현이 확실히 필요하다. 이동현 역시 'LG맨'으로 뛰어왔고 향후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문제는 이동현을 LG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펜진이 허약한 몇몇 구단에서는 이동현이라는 자원에 충분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LG와 이동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의 접점을 찾느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연봉협상에서는 구단과 이동현이 생각하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FA는 다르다. LG에서만 뛴 불펜투수로는 첫 FA다. 이동현이 LG 불펜진의 기준이 앞으로의 이정표가 된다고 보면 된다.

박용택과 마찬가지로 이동현 역시 LG를 상징하는 선수다. 대우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팬들도 알고 있고 구단고 알고 있다. FA 자격선수 공시일은 20일부터이며 원소속구단과의 협상은 22일부터 일주일간 이루어진다. 이후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타 팀과도 계약이 가능하다.

과연 이동현이 계속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잠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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