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정우람(왼쪽)과 박정권.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야 할 스토브리그가 잠잠하다. 그 이유는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 때문. 하지만 미뤄졌던 FA시장이 곧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FA시장의 판도를 쥐고 흔들 팀은 SK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KBO는 18일 FA자격 선수를 공시하고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20일까지 신청을 마쳐야 한다. 21일 FA자격 선수가 공시된 뒤 22일부터 28일까지 원소속구단과의 협상이 진행된다. 만약 원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선수들은 29일부터 5일까지 타구단과 협상에 돌입한다.

원래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FA 시장이 개장하지만, 올해는 프리미어12 일정 때문에 미뤄졌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는 실제로 많은 FA선수들이 차출돼 대회를 치르고 있다.

모두가 프리미어 12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침묵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치기 직전이 가장 고요하듯이 잠잠하다고 해서 태풍이 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FA 태풍의 눈은 단연 SK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무려 7명(투수:정우람, 윤길현, 채병용 야수: 박정권, 정상호, 박재상, 박진만)이 FA 대상이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대부분 팀 전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베테랑 선수들이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정우람(31)과 박정권(35)이다.

먼저 SK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정우람은 여러 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 하다. 특히 올해는 정우람의 야구 인생에 있어 최고 시즌이었다. 7승5패, 11홀드, 16세이브, 3.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그는 SK의 ‘필승 마무리’로 활약했다.

후반기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전반기 45경기에서 7승2패, 10홀드, 7세이브. 1.6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정우람의 활약속에 SK는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가을야구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시즌 종료후 그는 생애 처음으로 국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정우람은 확실한 마무리 부재로 고민에 빠져있는 하위권 팀들이라면, 성적 반등을 위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카드다. 다만 부담스러운 가격이 문제다. 2014년 당시 32세였던 삼성의 불펜투수 안지만은 4년 총액 65억원에 삼성과의 재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30세가 넘는 불펜투수지만,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 ‘마무리 투수’라는 이점까지 안고 있는 정우람 역시 안지만과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권 역시 FA시장에서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선수다. 올시즌 타율 2할8푼1리, 21홈런, 70타점을 기록한 그는 외국인 타자 브라운을 제외한다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던 선수다. 지난 7월 정의윤의 영입으로 ‘토종 거포’의 자리를 살짝 내주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거포’임에는 분명하다.

박정권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후반기에 강하다는 점이다. 즉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후반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포스트시즌에 유독 방망이가 뜨거워져서 붙여진 ‘가을 남자’라는 그의 별명은 후반기에도 유효하다.

올시즌 전반기 63경기에서 2할6푼1리, 7홈런, 29타점에 그쳤던 그는 후반기 61경기에서 3할3리의 타율, 14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전혀 달라진 그의 모습에 SK는 결국 후반기 대반등에 성공하면서 정규시즌을 5위로 마감했다.

SK는 박정권을 잡고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의 과도한 지출이 SK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최정과 4년 86억원에 계약했던 것은 많이 양보해 납득이 가는 상황이지만, 비슷한 또래의 김강민과의 계약이 문제다.

2014년 당시 SK는 32세의 김강민과 4년 65억원에 계약했다. 보통 FA는 50억원을 넘겼을 때 고액 계약으로 분류된다. 김강민 역시 100% 만족할 수 있는 계약을 했다. 박정권은 현재 34세지만, 2014시즌의 김강민과 비슷한 성적(타율 0.302, 16홈런, 82타점)을 2015시즌에 기록했다. 만약 SK가 김강민과 비슷한 대우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박정권 역시 재계약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

이외에도 '스윙맨’으로서 제몫을 다했던 채병용, 정우람과 더불어 불펜진의 핵심인 윤길현, ‘장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정상호, 외야수 기근에 빠진 팀들에게는 좋은 옵션이 될 박재상 등 다른 선수들 역시 SK와 타 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수단 특별캠프 지도를 위해, 일본 가고시마에 머물고 있는 SK 김용희 감독은 지난 16일 스포츠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FA시장에서의 목표에 대해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구단과 선수 사이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뿐, 구체적으로 FA시장에서의 목표를 정해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일정에 맞춰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K가 꿈꾸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당연히 전원 잔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FA시장의 추세 속에서 의외로 ‘선택과 집중’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발 FA태풍’은 과연 KBO리그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