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이대호가 물꼬를 텄다. 답답했던 공격진에 활로가 생겼다. 조금씩 용의 그림이 완성되면서 마무리만 남았다. 그리고 큼지막한 3루타가 터지면서 용의 눈에 점이 찍혔다. 그렇게 대표팀의 기세가 완벽하게 살아났고 10-1의 기분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김현수(두산)의 타격감이 점점 물이 오르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프리미어12 B조 예선 2차전에서 10-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의 아쉬움을 딛고 1승1패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 도미니카 선발 루이스 페레스에게 막히며 고전을 면치 못한 대표팀이다. 하지만 7회 이대호의 홈런이 터지면서 공격이 시작됐고 폭풍처럼 몰아치며 승리를 일궈냈다.

폭풍의 중심은 단연 김현수였다. 선발 3번 좌익수로 출전한 김현수는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첫 승을 완성했다. 말 그대로 선발 장원준이 씨를 뿌리고 이대호가 거름을 주며 잘 키워서 김현수가 수확을 한 경기였다.

지난 8일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김현수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상대 선발 오타니의 괴물 같은 투구에 꽉 막힌 타선이었지만 중심타선에서 그가 보여주는 위압감은 상당했다. 오타니 역시 박병호와 이대호도 있었지만 가장 좋은 타자로 김현수를 꼽기도 했다. 타석에 들어섰을때 전해지는 일종의 기운을 오타니가 느낀 것이다.

까다롭게 상대했다. 특히 오타니의 최고구속이 찍힌 161km짜리 직구는 김현수에게 던진 공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두 번째 맞대결인 4회에 오타니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 대표팀에게 허용한 2안타 가운데 김현수의 안타가 들어있었다.

이미 올 시즌, 소속팀인 두산의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이끈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14경기까지 모두 소화하는 등, 체력적인 소모가 심했다. 하지만 타격감은 더욱 날이 섰고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3번 자리에서 활약하며 타선을 확실하게 이끌고 있다. 테이블세터진과 중심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김현수의 자리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만큼 크다.

무엇보다 김현수의 장점은 바로 꾸준함이다. 소속팀이나 대표팀이든 상관없이 김현수는 '배팅머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안타와 홈런을 '생산'한다. 첫 국가대표로 뛰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그는 전날까지 대표팀으로 뛴 32경기에서 113타수 45안타 타율 3할9푼8리 22타점 24득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그리고 국제대회까지 이어지는 활약 속에 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두산 박용만 회장과 박정원 구단주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김현수를 무조건 잡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팀의 우승을 이끌고 신고선수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온 그의 성장 스토리까지, 두산의 화수분 야구에 가장 정점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김현수이기 때문.

이미 미국 몇몇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종종 흘러나오고 있다. 만일 김현수가 해외진출에 욕심이 있다면 국제대회인 '프리미어 12'의 활약은 그에게 충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김현수의 향후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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