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베테랑들이 대거 빠졌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세대교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전히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중참 선수들이다.

2015시즌 KBO리그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도 ‘완전체’를 꾸린 채 대회 준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한국대표팀 엔트리에 최종 승선한 28명의 평균 연령은 28.3세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4명과 동일하다. 그러나 단순한 수치가 아닌 구성원의 특징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고참 정대현(37·롯데)이 버티고 있지만 그 외에는 백전노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실제 정근우(33·한화)와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 이현승(32·두산)이 나이로는 정대현의 뒤를 잇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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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와 같이 변수가 많은 경기에서는 베테랑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임창용(39), 윤성환(34), 안지만(32) 등 삼성 3인방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1990년생 이하의 선수로는 조상우(21·넥센), 심창민(22·삼성), 조무근(24·kt), 허경민(25·두산), 이태양(25·NC), 김상수(25·삼성)까지 총 5명이 포함됐다. 장차 대표팀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선수들.

하지만 김상수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이 리그 내에서 임팩트를 남긴 기간은 대개 1~2년, 혹은 그 이하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형님’들의 뒤를 받치면서 경험을 쌓는 쪽에 좀 더 주력할 전망.

결국 베테랑의 숫자가 많지 않고, 신예들의 비중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에서 중참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은 정우람(SK), 임창민(NC), 장원준, 김재호, 오재원(이상 두산), 이용규(한화), 우규민(LG), 강민호(롯데)까지 8명의 1985년생들이 짊어지게 됐다. 박석민이 부상으로 불참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은 인원이 30세에 몰려 있는 가운데 이들은 포지션 별로도 투수 4명, 포수 1명, 내야수 2명, 외야수 1명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번 대표팀의 선발 보직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잠실 에이스' 우규민(LG)과 장원준(두산). 스포츠코리아 제공
우규민과 장원준은 각각 우완 옆구리, 좌완으로서 선발 보직을 책임진다. 이번 대표팀에 그 어느 때보다 옆구리 투수가 많이 합류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규민은 이태양과 함께 선발 역할까지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자원. 그는 올시즌 토종 우투수 가운데 다승(11승9패)과 소화 이닝(152.2이닝)에서 윤성환에 이어 모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윤성환의 이탈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대체 멤버로 승선한 장원준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시즌 좌완 선발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데 반해 양현종과 유희관이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에 물량이 결코 풍부하지는 않다. 김광현이 사실상 좌완 에이스를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차우찬이 불펜에서 나선다면 남는 좌완 선발감은 장원준이 유일하다. 체력적 부담감이 다른 선수들보다 많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높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불펜에서 출격할 정우람과 임창민도 올시즌 팀내에서 제 역할을 든든히 해냈다.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7승5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한 정우람은 그동안의 통산 누적 기록을 통해 확실한 검증까지 마친 상태이며, 임창민의 경우 올시즌 1승5패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80으로 임창용에 이어 세이브 2위에 오른 만큼 정대현, 이현승이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급격하게 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팀 경력이 풍부한 강민호(롯데)는 이번 대회에서 실질적인 베테랑의 역할까지 소화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또한 포수 강민호도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시즌 타율(0.311), 홈런(35개), 타점(86점) 등에서 커리어 하이의 기록을 남겼고, 국가대표 경험까지 풍부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든든한 안방마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의지가 오른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등으로 몸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특히 더 큰 책임감을 짊어지게 됐다.

이 밖에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낸 김재호는 김상수와 유격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고, 오재원, 이용규 역시 근성과 투지로 똘똘 뭉친 만큼 경기 내·외적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선수들이다.

20대 후반 선수들의 면면도 30세 선수들 못지않다. 유일한 1986년생 박병호(넥센)는 별도의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이번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며, 1985년생 다음으로 많이 분포된 1987년생 차우찬(삼성), 양의지, 민병헌(이상 두산), 황재균(롯데), 1988년생 김광현(SK), 김현수(두산), 손아섭(롯데) 모두 올시즌 확실한 클래스를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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