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안지만·임창용 KS 엔트리 제외로 전력 급강하

멈출 것같지 않던 삼성 라이온즈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정규시즌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5년'으로 늘리고 사상 최초 한국시리즈 5연패 달성을 향해 순항하던 삼성이 한국시리즈 패자가 됐다.

해외 원정 도박의 덫에 걸리면서 21세기 최강팀 라이온즈호가 침몰했다.

삼성은 3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마저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프로야구 마지막 장면은 똑같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환호하고, 삼성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의 마지막날, 삼성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두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봤다.

삼성의 정규시즌은 화려했다. 시즌 막판까지 삼성을 추격하던 NC 다이노스 내부에서도 "우승은 삼성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강하고 견고한 팀이었다.

투타 모두 완벽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5명 모두 선발 10승 이상을 기록했고, 홀드왕과 구원왕을 배출했다.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빈틈이 없었다.

팀 타선은 사상 최초로 10명이 100안타를 치는 신기기록을 달성하며 역대 팀 최고 타율인 0.302를 올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해 사령탑 최소 경기 400승 기록도 세웠다.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다. 류 감독은 "내가 팀을 맡고 가장 안정된 전력을 꾸렸다"고 말했다.

단기전을 준비하던 삼성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88승 56패로 정규시즌 1위에 올라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 삼성은 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5연패를 목표로 세웠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우승 타이기록을 보유했다.

삼성에 앞서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류 감독은 "올해도 우리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다면 한국프로야구 신기록이 작성된다. 역사를 쓰자"고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11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

10월 15일 "삼성 투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여론이 점점 악화됐다.

결국 삼성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는 투수 3명을 제외하기로 했다.

구단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고육책. 하지만 전력에는 치명적이었다.

삼성은 구원왕 임창용(33세이브)과 홀드왕 안지만(37홀드), 17승 투수 윤성환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삼성 주축 투수 3명은 정규시즌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 투수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4.69로 이 부문 3위였다.

하지만 이들 3명을 제외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5.10으로 치솟는다. 10개 구단 중 8위다.

3명은 삼성 투수진이 소화한 이닝의 26%를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피부로 느낀 전력 공백은 더 컸다.

3명은 선발진과 불펜진의 핵으로 활약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박빙의 승부에 등판한 불펜 투수 두 명은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켰다.

투수 3명이 팀 동료에게 선사하는 안정감은 삼성이 가진 엄청난 무형 자산이었다.

2011∼2014년 삼성이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할 때도 이들 3명은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윤성환은 4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고, 안지만은 3승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2.35로 삼성 불펜진에 힘을 실었다.

임창용은 지난해 한국 무대로 복귀해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1세이브,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달랐다.

애초 류중일 감독은 "알프레도 피가로·윤성환·장원삼·타일러 클로이드, 4선발을 돌리고 왼손 차우찬과 오른손 정인욱을 '+1'로 활용한다"는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영을 구상했다.

정규시즌 선발로 활용했던 투수 한 명과 기존 롱릴리프를 선발이 무너질 경우, 일찍 마운드에 올려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전략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 돌입한 뒤, 류 감독은 '1+1' 전략을 쓰지 못했다.

또한 주축 투수 3명을 대신할 '잇몸'을 찾지 못했고, 선발은 정규시즌 때보다 부진했다

매 경기 끌려가면서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카드를 내밀지 못했다.

4년 연속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었던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허약해진 마운드에 고전했고 결국 패자가 됐다.

류 감독은 '선발 당겨쓰기'를 시도했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 부임 후 가장 큰 시련이었고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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