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재응(38).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이상하게 틀어졌다. 선수는 현역의지를 드러냈고, 구단은 은퇴결정은 선수의 몫이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은퇴소식에 양 측의 입장이 묘하게 엇갈렸다.

지난 19일 KIA는 최희섭(36)과 서재응(38)의 향후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최희섭은 팀 훈련 중인 코치진에게 고질적인 허리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자신의 거취를 구단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단도 이미 다음 시즌, 선수단 운용계획에서 최희섭을 '전력 외 선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기태 감독 역시 그의 은퇴의사를 받아들이고 좋게 마무리 하자는 입장이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생각이 일치했고 최희섭은 자연스럽게 은퇴수순을 밟게 됐다. 문제는 서재응이다.

최희섭과 달리 서재응은 구단의 방침과 달랐다. 그는 현역 생활을 좀 더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구단에 피력했다. 구단 역시 그의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자신의 은퇴가 마치 사실처럼 보도가 됐고 서재응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던 서재응은 논란이 된 은퇴설의 진원지로 구단을 의심하고 있다. 어느정도 납득이 갈만한 상황이다. 면전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지만, 돌아서서 그의 은퇴와 관련된 내용을 조용히 흘려서 몰아내려 한다는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KIA는 최희섭과 서재응을 다음 시즌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IA는 "은퇴는 선수가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향후 구단 사정에 따라 서재응이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방출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팀이 리빌딩 체제로 돌아선 상황이다. 전성기가 지나기도 했지만, 만약 버티고 있다면 아무래도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요인도 있다"라고 팀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올 시즌, 모두 9경기에 출전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한 서재응이다. 선발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고, 1군과 2군을 번갈아가며 조용히 2015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베테랑과 구단의 이해가 이상하게 엇갈렸고 구단이 서재응의 은퇴를 종용한 상황이 되버렸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역시 KIA였다. 팬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팀의 영원한 레전드 이종범(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은퇴를 두고 구단과 선수 사이에 여러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구단은 현역의지를 밝힌 이종범에게 꾸준히 은퇴를 권유했다. KIA 팬들의 여론이 거세지면서 구단도 잠시 꼬리를 내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군 엔트리 제외라는 강도 높은 방침을 내세웠다. 사실상 유니폼을 벗으라는 이야기였다. 2012년 시즌을 앞두고 결국 이종범은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KIA는 이종범이 은퇴를 선언하자 구단이 일방적으로 내보낸 모양새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 그의 은퇴식을 열고 영구결번을 지정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예우, 그 이면에는 갑작스런 은퇴선언으로 더 이상 이종범을 볼 수 없다는 팬들의 성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었다.

팀은 베테랑보다 유망주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과거의 영광에 발목을 잡히기보다 미래를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테랑 선수는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은 의지가 크다. 현역으로 뛰고 싶어하는 서재응과 본격적인 리빌딩 체제에 돌입하려는 구단이 충돌했다. KIA와 서재응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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