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포=이재현 기자]미국 메이저리그로의 도전을 뒤로한 채, 일본 프로야구의 지바 롯데 마린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우완 투수 이대은(26)이 일본에서의 첫 시즌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대은. 연합뉴스 제공
이대은은 20일 오후 2시 35분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었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그를 보기위해 공항에 운집했다. 직접 야구공을 들고 오며 사인까지 요청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대은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은 단순히 그의 준수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 7일 국제대회인 프리미어 12에 나설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우완 투수 기근’에 빠진 KBO리그의 환경 탓에 김인식 감독은 믿을 만한 우완 선발 투수를 선별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선발로 활약했던 이대은을 발탁하며 그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마자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이대은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를 보기 위해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있는 것이 어색하다”며 “아직도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점이 실감나지 않는다. 김인식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죽을힘을 다해 공을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보였다.

이대은은 신일고를 졸업한 지난 2007년 6월 계약금 81만 달러를 받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만 7시즌을 보내야 했다. 미국 무대에서 통산 135경기에 나선 그는 40승37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7년의 기다림을 뒤로 한 채, 지난 1월 돌연 일본행을 선택했다. 일본에서의 첫 시즌은 순조로웠다. 전반기에만 8승2패를 거둔 것. 시즌 10승은 시간문제인 듯 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1승7패에 그치면서 다소 부진했다. 이대은의 최종 성적은 37경기 9승9패, 4홀드, 3.84의 평균자책점이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인 클라이막스시리즈(CS) 퍼스트스테이지와 파이널스테이지에는 나서지 못했다. 이는 전반기와 대비되는 후반기성적이 원인이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된 팀의 결정에 대해 이대은은 덤덤했다. 그는 “엔트리 등록 여부는 전적으로 팀의 결정이다”며 “개인적으로 10승을 못해 아쉬운 시즌이었다. 아직은 내 실력이 많이 모자라다”라고 전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일본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이대은은 다음달 8일부터 펼쳐지는 국제대회인 프리미어 12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무대를 뒤로 한 채, 일본행을 선택했던 그의 결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셈.

이대은.연합뉴스 제공
특히 일본 무대를 경험한 이대은은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은은 특별히 신경써야할 일본 선수를 묻는 질문에 “딱히 누구라고 말 할 수가 없다”며 “홈런을 노리는 미국 선수들에 비해, 일본 선수들은 공을 맞추는데 집중한다. 전체적으로 집요한 스타일이기에 모든 선수들을 다 신경 써서 상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모두 경험해 본 이대은은 동료로 뛰었던 선수들과 프리미어 12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프로 무대에서 동료와 적으로 마주쳐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이대은은 여전히 그들을 경계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선수들 가운데, 딱히 어느 나라 선수들이 편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며 “언제든지 자신이야 있지만 내 실력이 받쳐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소집일은 오는 26일. 소집일 이전까지 이대은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지인들을 찾아가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을 위해 몸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시즌 때와 비슷한 상태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경기를 앞둔 만큼 정신력 또한 보완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일본행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진출 실패 사례에서 한 순간에 국가대표 선수로 환골탈태했다. 게다가 우완 투수 기근 속에서 이대은은 한국 대표팀의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

순식간에 달라진 자신의 위상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이대은. 하지만 그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없다면 자신을 향한 관심은 거품처럼 가라앉을지 모른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더욱 채찍질을 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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