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타격에서 실마리를 풀어줘야 할 중심타선이 침체에 빠진 두산. 끝내 준플레이오프 3연승은 물거품이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타순은 지명타자다. 침체를 겪고 있는 두산의 지명타자들. 그렇다면 해결책은 전혀 없는 것일까. 최주환과 로메로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두산 최주환(왼쪽)과 로메로(오른쪽).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은 지난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5로 패했다. 3연승을 노렸던 두산은 밴헤켄의 호투에 가로막혀 7회까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한 침체된 타선 탓에 승리를 챙길 수 없었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내 두산의 중심타선이 부진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명타자다.

3차전까지 진행된 준플레이오프. 이 기간 동안 선발로 나섰던 두산의 지명타자는 총 두 명. 1차전은 홍성흔, 2차전과 3차전은 박건우가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기록한 안타는 단 한 개(9타수 무안타 1볼넷)도 없다.

넥센 역시 지명타자의 부진을 고민하고 있지만 두산 보다는 사정이 나은 상황이다. 고종욱(1,2차전)과 윤석민(3차전)은 도합 13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보통 지명타자들은 수비는 다소 약하지만 타격이 강한 선수들이 도맡는다. 수비 부담을 덜고 오직 타격에만 집중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포지션이지만, 어떻게든 타석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홍성흔과 박건우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0일 잠실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대타로 나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던 박건우를 2차전부터 2경기 연속해 지명타자로 기용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차전에서 패해 시리즈 조기 마감이 물거품이 된 상황이지만, 14일에 열리는 4차전에서 매듭이 지어져도 두산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럽지 않다. 3차전 보다 늦긴 했지만, 조기에 시리즈가 끝이 났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

그러나 지명타자가 계속해서 부진에 빠져있다면, 4차전 역시 넥센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 먼저 2승을 챙긴 두산에게 있어 시리즈가 5차전까지 진행되는 것은 정말 치명적이다. 따라서 해결방안을 찾아야한다.

다행스럽게도 두 가지의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최주환과 로메로다. 먼저 최근 타격감으로 보자면 단연 최주환이 1순위 고려 대상이다. 최주환은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두산에서 가장 믿음직한 대타 카드로 활약했다. 3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1차전에서 최주환은 3-3으로 맞선 10회말 1사에서 좌중간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내,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를 대신해 대주자로 나선 장민석은 후속타자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를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최주환 역시 1차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

김태형 감독은 당초 최주환을 고영민과 더불어 좌·우 대타 카드로 분류해 놓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쉬어가는 타자로 전락한 지명타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면 이야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3차전을 선발 지명타자로 나섰던 박건우 역시 1차전에서 대타로 보여준 활약 덕에 연속 선발 출전이 가능했다. 따라서 박건우와 마찬가지로 대타로 빛이 났던 최주환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4차전의 넥센 선발은 우완 양훈이다. 최주환이 좌투수(타율 0.239)에 비해 우투수(0.280)에 강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클러치 능력을 생각한다면 로메로가 제격이다. 지난 10일 1차전에서 계투로 스와잭이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박건우가 당시 경기의 영웅이 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 대신 로메로를 대타로 기용하길 원했다. 그러나 로메로의 출전기회는 무산됐다.

외국인 선수들은 한 경기에 두 명만 나설 수 있기에, 선발 니퍼트와 계투 스와잭이 동시에 나섰던 두산은 로메로 대타 카드를 꺼내 들 수 없었다. 10회말 1사 2루에서 박건우가 대타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최주환은 시즌 100경기에 나서 5홈런에 그친 반면, 로메로는 76경기에 나서 12홈런을 기록했다. 순수 장타율에서도 로메로(0.196)는 최주환(0.147)을 앞선다. 기대에 비해 만족스러운 성 적은 아니지만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1,2차전에는 결장했지만 지난 13일 3차전에서 타격감을 조율했다는 사실 역시 ‘지명타자 로메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선발 7번 1루수로 나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것.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에, 시기 역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타점을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3회와 5회 로메로는 각각 삼진과 병살타로 체면을 구겼지만, 8회초 1사 2루에서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적시타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로메로가 지명 타자로 나설 경우, 타격감이 좋은 1루수가 없다는 점이다. 오재일 혹은 고영민은 로메로를 대신해 1루 수비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두 선수 모두 타격감이 저조하다.

오재일은 5타수 1안타, 고영민은 2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2,3루를 주로 맡는 최주환의 경우, 주전 2,3루수가 오재원과 허경민으로 굳어져 있어 포지션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최근의 상황을 두고 예측을 했지만 어떤 선수들이 지명타자로 나설 지는 전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판단에 달려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두산에는 맥을 끊는 지명타자 대신 막힌 혈을 뚫어 줄 수 있는 지명타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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