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느림의 미학'으로 2015시즌 최고의 좌완 선발 가운데 한 명이 된 유희관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가고 있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지난 12일 선정위원회를 통해 제2회 수상자로 두산 유희관을 결정했다. 어우홍 선정위원장 포함 총 7명으로 구성된 투표에서 유희관은 총점 21점으로 KIA 양현종(18점)과 삼성 윤성환(17점)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작은 논란이 일어났다. 수상 선정 기준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 설령 조건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경쟁자들보다 더 나은 기록을 보여주거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동원상의 수상 기준은 ①30경기 등판 ②180이닝 ③15승 ④150탈삼진 ⑤퀼리티스타트(QS) 15회 이상 ⑥2.50 이하의 평균자책점이다.

양현종은 위의 6가지 기준을 모두 채웠다. 윤성환도 5가지 조건을 채웠다. 그러나 유희관은 30경기에 등판해 189.2이닝을 소화,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 126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7회를 기록했다. 문제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개수를 채우지 못했다. 4개의 조건만 채운 셈.

그러나 유희관은 양현종과 윤성환 대신 22점을 따내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물론 6가지 조건 가운데 1개 이상을 채우면 후보가 될 수 있다. 다승에서는 단연 압도적이다. 수상 자격은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기록 부분에서 유희관은 경쟁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유희관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13일 목동에서 치르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투입을 앞두고 선정됐기에 더욱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물론 멘탈적인 부분에 있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강한 유희관이다.

하지만 상대는 바로 넥센이다. 게다가 목동이다. 조금의 방심이 순식간에 승패와 직결된다. 물론 유희관은 8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이 올라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희관 스스로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후반기의 좋지 않는 페이스를 극복, 더욱 진지하게 몸 만드는데 집중했다.

문제는 올 시즌, 유희관이 넥센을 상대로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두 3경기에 나가 1승 1패, 평균자책점 7.64를 기록했다. 한화(33개) 다음으로 많은 30개의 피안타를 허용했고 피홈런 역시 KIA(5개)에 이어 4개로 많은 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실점이 많다는 점. 3경기 동안 16실점을 했다. 경기당 5점 이상을 내준 꼴. 그만큼 넥센에게 유독 약했다. 그나마 넥센을 상대로 1승을 거둔 것이 위안이 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유희관이 호투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운이 작용했다. 지난 4월 22일 목동 넥센전에서 모두 6이닝동안 109개의 공을 던져 9피안타 6실점 5자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유희관은 패배 대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내용으로 본다면 패한다고 해도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는 성적.

그만큼 넥센, 그리고 목동에서 약한 유희관이다. 게다가 12일 발표된 최동원상 수상에 대한 좋지 않은 몇몇의 목소리까지, 이것저것 쉽지 않은 유희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3차전 선발은 유희관에게 기회 중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상황이 유희관에게 모두 불리한 조건이다. 그렇기에 이것을 극복하고 승리를 획득,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끈다면 제2회 최동원상 수상의 자격을 '외부의 잡음' 없이 충분히 갖출 자격을 얻게 된다. 수상 경쟁자들에 비해 우위를 점했던 다승 부분을 가을야구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의 강점을 재확인 시킬 수 있는 기회기 때문.

만일 두산이 유희관을 앞세워 3차전까지 승리를 거둔다면 두산은 19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와 맞붙게 된다. 과연 유희관이 팀의 가을야구 수명을 연장,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 중 한 명이자 최동원상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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