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SK.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상대해야 할 선발 투수는 ‘SK의 천적’ 넥센 밴헤켄(36)이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SK를 상대로 무결점에 가까웠던 밴헤켄도 무적은 아니다. 다소 의외의 SK 타자들은 밴헤켄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세간의 관심에서 살짝 비켜있는 이들이 밴헤켄을 상대로 '반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2015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7일 펼쳐지는 SK와의 1차전 경기 선발을 발표했다. 그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올시즌 팀 내 다승왕(15승)에 빛나는 ‘에이스’ 밴헤켄.

SK 박재상(좌측)과 이명기(가운데) 그리고 김성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밴헤켄이 낙점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SK를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밴헤켄은 SK를 상대로 총 4차례의 경기에 나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특히 1.73의 평균자책점은 그가 상대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은 이 같은 밴헤켄의 SK전 성적에 기인한다.

그러나 ‘1패’를 안고 싸우는 SK는 1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2차전을 노려야 한다. 밴헤켄을 넘지 못하면 2차전은 없다. SK 김용희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밴헤켄을 상대로 경기 초반 득점을 뽑아내 지켜내는 전략을 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밴헤켄은 쉽게 공략하기 힘들지만, 경기 초반 득점을 내야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초반 득점을 위해서는 기존의 중심 타선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가능하다. 경기를 앞두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SK의 대표적인 강타자들인 정의윤, 박정권, 이재원, 브라운 등이 넥센전의 ‘키맨’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김 감독 역시 1차전 경기에서 ‘미친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들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재원과 정의윤이 활약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밴헤켄의 올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활약이 당연했던 SK의 ‘강타자’들이 아닌 ‘의외의 타자’들에게 고전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의외의 타자’들이 ‘큰 일’을 낼 가능성이 있다.

박재상은 밴헤켄의 대표적인 ‘의외의 천적’이다. ‘베테랑’ 박재상은 올시즌 108경기에 나서 2할4푼8리의 타율, 7홈런, 37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평범한 타자였지만, 밴헤켄을 상대로는 4할(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이는 밴해켄을 상대한 SK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또한 그는 올시즌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들 가운데, 경기당 피홈런 비율(0.64)이 리그 4위에 해당하는 밴헤켄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이미 박재상은 SK의 가장 최근의 ‘가을야구’에서 의외의 영웅이 된 경험도 있다. 지난 2012년 10월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그는 3-3으로 맞선 5회, 결승 1타점 3루타를 때려내면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당시 1.2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김광현은 박재상의 3루타에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박재상은 최근 10경기에서 1할5푼8리의 타율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의 방망이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5월 31일 밴헤켄을 상대로 시즌 1호 홈런을 기록했던 이명기(우측). 스포츠코리아 제공
SK의 ‘리드오프’ 이명기 역시 밴헤켄에게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다. 올시즌 밴헤켄을 상대로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의 타율에 그치고 있지만, 1개의 홈런과 2타점을 올린 바 있다. 특히 올시즌 3홈런에 그쳤을 정도로 홈런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이명기는 밴헤켄을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신고했다.

밴헤켄을 상대로 3할3푼3리(6타수 2안타)의 타율을 기록한 김성현 역시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4할2푼9리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그는 리그 최종전인 지난 3일 인천 NC전에서도 2타점 적시타를 통해, 극적인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의외의 영웅’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앞서 소개한 이들의 성적은 절대적인 표본이 적기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수 있다. 이명기의 경우는 명확한 '천적'이라고 하기에 다소 모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SK는 밴헤켄의 작은 약점이라도 소중한 상황이다. ‘천적’에게 이대로 넋놓고 당할 수 없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까지 리그 8위에 그쳤던 SK는 극적인 반등 끝에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올라왔다. 시즌 초 많은 이들에게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극적으로 ‘가을 야구’에 나섰지만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여전하다.

이미 많은 이들은 SK를 ‘방망이의 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제물’로 평가하고 있다. SK는 시즌 전 ‘우승권 전력을 가진 팀’에서 ‘의외의 포스트시즌 진출 팀’으로 전락한 것. 최근 10년 간 ‘포스트시즌의 강자’로 군림했던 SK의 명성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차갑게 등을 돌렸던 팬들의 실망감을 만회하고, ‘포스트시즌의 강자’라는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SK는 단 한 경기 만에 짐을 쌀 수는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 2일과 3일, NC와의 마지막 2연전에서 NC전에 강했던 선수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승부수로 1승1패를 기록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이 2연전 이전까지 NC와의 상대 전적이 4승1무9패로 '절대열세' 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SK가 느끼는 '만족도'는 더욱 컸다.

이처럼 상대와의 성적을 유난히 신경 쓰는 김 감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밴헤켄을 괴롭혔던 ‘의외의 천적’들이 중용될 가능성은 높다. ‘의외의 천적’들은 감독의 믿음에, 그 어느 때보다 안타로 보답해야 할 때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난 2014년 국내에서 1,027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부제다. SK 역시 밴헤켄이라는 ‘난제’을 만났지만 의외의 선수들을 통해 페넌트레이스에서 풀지 못한 ‘난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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