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올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SK팬들을 애타게 했던 ‘간판타자’ 최정(28). ‘거포’ 기질을 마음껏 펼친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브라운(31). 과연 그들은 자신들을 옭아매던 ‘음산한 기운’을 떨쳐내고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최정(좌측)과 브라운. 스포츠코리아 제공
천신만고 끝에 리그 5위를 확정한 SK.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즌 전 예상과 달리 SK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린 최정과 저조한 활약에 그친 ‘외인 거포’ 브라운 탓에 타선이 침체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잔부상에 쓰러진 ‘소년장사’ 최정

최정. 스포츠코리아 제공
‘명실상부’ SK의 간판타자 최정은 올시즌 유독 잔부상에 눈물을 지었다. 경기 외적으로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지난 5월 27일 어깨 부상을 이유로 1군에서 말소됐던 그는 6월 22일 복귀하기 까지 약 한 달을 2군에서 보냈다. 이후 8월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 탓에 재차 1군에서 말소된 그는 22일 복귀까지 10일을 쉬었다.

다행히 발목 부상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지만 최정은 복귀 이후 13경기에서 1할8푼4리의 타율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장염으로 교체돼 2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던 그였다.

부상을 털고 시즌 종반 팀을 위해 힘을 내야할 때인, 지난달 10일 최정은 봉와직염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울상을 지었다. 타구를 맞은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지독한 불운이 이어졌다.

당시 SK 관계자는 “봉와직염의 경우 보통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치료를 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10일 후에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하기도 했지만 기대는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 최정은 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 4일까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봉와직염은 땀을 흘리지 말아야하는 질환이었기에, 최정은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지 못한 채 수일을 보내야 했다. 이로 인해 시즌 종반까지,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몸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 감독은 시즌 종반 최정의 1군 등록 여부에 대해 “최정은 2군 훈련장인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훈련을 재개 했다”면서도 “몸 상태가 올라와야 출전이 가능하다”라고 수차례 확답을 피했다.

일단 그가 없이도 SK는 ‘이적생’ 정의윤을 주축으로, 타선의 부활을 알렸다. 정의윤의 맹활약 끝에 SK가 5위에 올랐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존재감만큼은 여전한 최정이 와일드카드에 일정에 가세할 수만 있다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넥센에 열세로 평가받는 SK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특히 최정은 올시즌 목동구장에서 4할6푼7리의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그가 뛰었던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목동에서 열리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3루 수비까지 나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백업 3루수’ 이대수와 ‘임시 3루수’ 브라운은 수비력에 있어 여전히 못 미더운 것이 사실이다.

일단 김 감독은 시즌 말미까지 최정의 복귀에 대해 말을 아껴왔지만, 포스트시즌에 맞춰 그의 몸상태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부상을 당해 이탈한 지, 벌써 26일째다. 충분한 회복 기간과 훈련을 재개했다는 사실로 비춰볼 때, 대타로는 충분히 나설 여지가 있다.

▶득점권 타율이 낮았던 ‘이상한 슬러거’ 브라운

브라운. 스포츠코리아 제공
브라운의 올시즌 시작은 좋았다. 전반기에만 78경기에 나서 2할7푼1리의 타율, 19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한국 적응을 마친 후반기에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그는 오히려 전반기 보다 못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59경기에 나서 2할4푼6리의 타율, 9홈런, 30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비에서는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성실히 임했지만 홈런의 개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득점권 타율’, 득점권 타율이 2할3푼2리에 불과한 브라운의 성적 탓에 김용희 감독은 눈물을 머금고 그를 출전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전반기에 비해 적은 경기를 출장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올시즌 28홈런을 기록했음에도 타점이 76타점에 그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 감독 역시 “브라운은 득점권 타율이 낮아, 많은 홈런에도 불구하고 타점이 상대적으로 적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9월 들어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다. 9월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 3일 인천 NC전까지 그는 2할7푼의 타율과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은 기대보다 적었지만, 1개월 사이에 후반기에 올린 타점의 절반가량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올시즌 지난달 24일부터 마지막 7경기에서는 4할의 타율과,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도 잠시였다. 올시즌 마지막 3차례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 1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허리근육에 문제가 발생한 것. 상승세에 찾아왔던 예기치 못한 부상에 김용희 감독은 “참 좋을 때 다친 부분이 아쉽다”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2경기 연속 결장 뒤,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3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을 재개했던 브라운은 7회말 대타로 나섰지만,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8회초 수비와 동시에 교체된 그는 아직까지 허리 근육 부상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팀은 최종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브라운은 옅은 미소만을 지어야 했다.

그러나 훈련을 재개한 만큼,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리는 7일까지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SK는 브라운에게 더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 부상 직전까지 보여준 모습, 그 뿐이다.

김용희 감독은 시즌 내내 ‘5득점-8안타 지론’을 강조했다. 그는 “SK는 불펜만큼은 자신이 있는 팀이다. 일단 타선이 최소 5점을 내거나 8안타를 기록해 주면 어떠한 팀을 만나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따라서 SK가 한 경기에서 ‘5득점-8안타’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브라운과 최정의 ‘거포 본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빠져있는 시간이 있어 많은 기회가 주어질 지는 불투명 하다. 적은 기회 속에서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올시즌 내내 김 감독은 주변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를 굳게 믿고 출전기회를 보장했다. 시즌은 아쉽게 마감했지만 아직 프로야구의 꽃인 ‘포스트 시즌’ 일정이 남았다. 이제는 두 선수가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순간,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그의 지론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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